2024년 초부터 전북특별자치도를 술렁이게 한 소식이 있습니다. 전주시와 완주군의 통합 이야기입니다. “왜 또 그 소리”라고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20년 넘게 전주시와 완주군뿐 아니라 전북 전체가 주목하는 사안입니다. 광역시가 없는 전북자치도는 전주·완주 통합으로 광역 단위의 구심점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데, 반대 쪽은 통합될 경우 완주군의 각종 혜택 축소와 세금 부담 증가, 혐오시설 이전 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전주시와 완주군의 통합 논의는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1997년을 시작으로 2007년, 2013년 3차례 추진됐으나 완주군민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가장 최근이었던 2013년에는 완주군민들의 주민투표까지 갔지만, 반대 55.3%(2만343표), 찬성 44.6%(1만6412표)로 부결됐습니다.
통합 논의가 지속되는 건 전주시를 완주군이 둘러싼 구조에도 있습니다. 완주군에서 같은 군 지역을 가려고 해도 전주시를 거쳐 가는 게 더 빠른 상황이 생기고, 또 역사적으로 한곳이었다는 점도 통합 추진 이유로 꼽힙니다. 전주시와 완주군은 본래 같은 전주군이었는데, 1935년 일제강점기에 전주군 전주읍이 전주부로 분리됐고 나머지 지역은 완주군으로 지금까지 이어진 겁니다.
앞선 3차례 통합 무산에도 2024년 다시 통합 논의의 불을 지핀 건 시민단체들입니다. 앞서 3차례는 행정이 통합을 주도했다면, 이번에는 시민단체들이 통합을 이끌겠다는 겁니다. 6월12일에는 전주와 완주 통합을 추진하는 시민단체들이 주민투표를 위해 완주군민 6152명의 서명을 받아 완주군에 전달했습니다. 주민투표법에는 행정구역 통합 주민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투표권자 총수의 50분의 1 이상 서명을 받도록 규정하는데, 최소 기준인 1693명을 훌쩍 넘긴 수치였습니다. 반대 단체도 곧장 완주군민들의 반대 서명부를 받아 전달했는데, 법적 효력은 없지만 그 수만 3만2785명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도지사가 군민과의 대화를 위해 완주군을 찾았지만, 주민들 항의로 발걸음 돌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김관영 도지사는 지난 7월26일 군민과의 대화를 위해 완주군을 방문했지만, 주민 반발에 행사장(완주문화예술회관)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당시 ‘김관영은 썩 물러가라' ‘김관영은 우리의 도지사가 아니다' 등 손팻말을 든 수백 명의 항의를 받았습니다. 통합을 둘러싼 찬성과 반대가 얼마나 첨예하게 맞붙고 있는지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과연 이번에는 통합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상황은 더욱 어려워 보입니다. 2013년에는 도지사와 전주시장, 완주군수까지 통합에 찬성하면서 속도를 내나 싶었지만, 결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대 활동에 발목을 잡혔는데요. 이번에는 전주·완주 통합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도지사와 전주시장이 있지만, 실질적인 통합의 열쇠를 쥔 완주군에서는 완주군수와 군의원뿐 아니라 시민단체들의 반대 여론이 커 보입니다.
결국 통합은 완주군민의 주민투표로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와 행정안전부 등의 판단이 주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북자치도는 2024년 7월24일 전주·완주 통합 추진 단체가 제출한 6152명의 찬성 서명부와 통합 반대 대책위원회가 낸 3만2785명의 반대 서명부가 담긴 전주·완주 통합건의서와 도지사 의견서를 지방시대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지방시대위원회와 행정안전부의 통합 방안 마련 등을 거쳐 이르면 2025년 상반기에 주민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주=천경석 한겨레 기자 1000pr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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