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과 한국심리학회는 전국 만 19~69살 남녀 200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자살 사별, 정신건강서비스 경험 등의 실태조사(2023년 6월19일~7월4일,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를 진행하면서 ‘자살에 대한 태도’도 함께 조사했다. 태도는 행동을 결정하고, 행동은 태도를 강화한다. 자살에 대한 태도를 파악하는 것은 한 개인이 자살행동을 실행하느냐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자살태도 조사는 자살예방에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세부 항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수용(자살은 인간의 권리이며 합당한 수단, 해결책 등으로 여김) △이해(누구나 자살을 생각할 수 있고, 자살행동을 이해할 수 있고 할 수도 있음) △금기(자살은 대화 주제가 될 수 없고, 누군가 이야기한다면 자살을 유발할 위험이 있음)이다. 분석 결과, 50·60대는 다른 세대보다 자살을 합당한 수단으로 여겼고, 누구든 괴롭다면 자살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뚜렷했다. 금기에 대한 세대별 인식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자살 사별 경험을 변수로 봤을 경우, 자살사별자 집단(467명)은 자살에 덜 허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자살 사별을 겪어본 적 없는 집단이 더 수용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선규 한국심리학회 자살예방위원장은 “고통을 직접 겪어본 사별자는 자살이라는 행위를 한 개인의 문제해결이나 선택의 권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서로 연결된 관계 속에 자살의 영향을 인식하게 된다”며 “자살에 대한 다른 관점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살행동(SBQ-R) 위험으로 살펴보면 자살사별자의 자살행동 위험이 더 컸다. 각 집단에서 자살행동 위험 비율은 자살사별자 집단이 44.5%, 그렇지 않은 집단이 30.8%였다. ‘자살해선 안 된다’고 여기면서도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다. 자살사별자가 ‘자살을 시도한 적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4.2%로, 4명 가운데 1명이 자살을 시도했다.
고 위원장은 “가까운 사람을 위해 절대 자살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 자신이 겪는 고통과 혼란만을 생각하면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막연하게 자살사별자를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개입 대상으로 간주하기보다, 이 갈등과 괴로움에 충분한 공감과 이해를 동반한 심리적 개입이 필요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자살에 대한 태도는 한 개인의 특성뿐 아니라 개인이 처한 사회문화적 맥락과도 긴밀한 연관이 있다. 연령대가 높아짐에 따라 자살을 죽음의 한 방식, 혹은 인간의 고유한 권리로 보는 태도가 늘어나는 것은 최근 존엄사 논의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고 위원장은 “자살을 ‘단순히 하지 말아야 하는 것’ ‘막아야 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홍보와 인식 개선 노력을 뛰어넘는 담론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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