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자살이란 재난, 내 곁에 생존자

[한겨레21×한국심리학회 공동기획]
등록 2023-08-19 10:44 수정 2023-10-05 13:57
그래픽 장광석

그래픽 장광석

한국에선 하루 평균 36.6명이 자살한다(2021년 기준). 365일이 쌓여 매해 생기는 한국의 자살자 수는 1만3천여 명이다. 굳이 견주자면 서울 강남구 삼성1동 주민 전체가 모조리 죽는 것만큼 자살자가 생겨나는 셈이다. 20년 동안 ‘OECD 자살률 1위’를 거의 놓치지 않았던 사회에서 그리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최진영 한국심리학회장(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은 “자살 사건은 개인에겐 ‘마이크로 재난’이 일어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에서 자살 사별은 일반적인 사별보다 남은 사람을 더 괴롭게 한다. 그뿐 아니라 국내외 연구들은 사고·범죄·자연재해 등과 같은 ‘폭력적 상실’ 가운데서도 자살 사별이 더 큰 고통을 안겨준다고 보고한다.

대형 재난은 미디어를 통해 나오기라도 하지만, 개별적으로 마주하는 이 재난은 널리 알려지지 못한다. 자살은 사고사나 돌연사 등으로 은폐되기 쉬운 죽음이다. 사별자들은 사회적 낙인과 편견으로 인해 수치심, 고립감, 자존감 상실, 대인관계 위축, 불충분한 사회적 지지를 경험한다. 최 회장은 “재난과 같은 트라우마 사건(심리적 외상)이 생기면 사회의 개입이 있어야 하는데,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고 개입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겨레21>과 한국심리학회는 공동기획을 통해 여기저기서 조용히 일어나는 재난인 ‘자살 사별 경험’에 주목하기로 했다. 전국 성인 남녀 2003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관계 내에서 자살 사별 경험 여부, 자살사별이 정신건강과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심리지원 이용실태 등을 조사했다. 자살 사별 경험의 범위를 가족으로 한정하지 않고 연인·친구·지인·직장동료·친인척 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로 넓혀 조사했다.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제1477호 표지이야기 - 엄마가 스스로 떠난 그날을 20년 동안 살았다

아버지와 자살 사별 뒤 “불구덩이 속에 있는 것 같았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4270.html

한국인 4명 중 1명은 자살사별 경험했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4273.html

자살 유족의 자살률, 22.5배 더 높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4271.html

자살을 선택이라 표현한 ‘극단적 선택’ 써야할까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4274.html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