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하루 평균 36.6명이 자살한다(2021년 기준). 365일이 쌓여 매해 생기는 한국의 자살자 수는 1만3천여 명이다. 굳이 견주자면 서울 강남구 삼성1동 주민 전체가 모조리 죽는 것만큼 자살자가 생겨나는 셈이다. 20년 동안 ‘OECD 자살률 1위’를 거의 놓치지 않았던 사회에서 그리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최진영 한국심리학회장(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은 “자살 사건은 개인에겐 ‘마이크로 재난’이 일어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에서 자살 사별은 일반적인 사별보다 남은 사람을 더 괴롭게 한다. 그뿐 아니라 국내외 연구들은 사고·범죄·자연재해 등과 같은 ‘폭력적 상실’ 가운데서도 자살 사별이 더 큰 고통을 안겨준다고 보고한다.
대형 재난은 미디어를 통해 나오기라도 하지만, 개별적으로 마주하는 이 재난은 널리 알려지지 못한다. 자살은 사고사나 돌연사 등으로 은폐되기 쉬운 죽음이다. 사별자들은 사회적 낙인과 편견으로 인해 수치심, 고립감, 자존감 상실, 대인관계 위축, 불충분한 사회적 지지를 경험한다. 최 회장은 “재난과 같은 트라우마 사건(심리적 외상)이 생기면 사회의 개입이 있어야 하는데,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고 개입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겨레21>과 한국심리학회는 공동기획을 통해 여기저기서 조용히 일어나는 재난인 ‘자살 사별 경험’에 주목하기로 했다. 전국 성인 남녀 2003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관계 내에서 자살 사별 경험 여부, 자살사별이 정신건강과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심리지원 이용실태 등을 조사했다. 자살 사별 경험의 범위를 가족으로 한정하지 않고 연인·친구·지인·직장동료·친인척 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로 넓혀 조사했다.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아버지와 자살 사별 뒤 “불구덩이 속에 있는 것 같았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4270.html
한국인 4명 중 1명은 자살사별 경험했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4273.html
자살 유족의 자살률, 22.5배 더 높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4271.html
자살을 선택이라 표현한 ‘극단적 선택’ 써야할까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427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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