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사별 경험은 개인의 정신건강과 자살행동에 유의미한 변수가 된다. 실제로 2022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 연구팀은 자살사망자의 유족 자살률이 일반인구 집단보다 20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국내에서 모든 자살사망자와 그 유족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는 이 연구가 처음이다.
이 결과는 국제학술지 <정신의학 프런티어스>에 2022년 10월 발표됐다. 유족 범위는 배우자, 부모, 형제자매, 자녀로만 한정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과 통계청 자료를 이용해 2008~2017년 자살사망자 13만3386명과, 비자살사망자 가운데 연령·성별을 일대일로 무작위 할당했다. 그 뒤 자살 유족 42만331명과 비자살 유족 42만978명을 대조해 두 집단의 자살률을 비교했다. 자살 유족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586명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일반인구 자살률인 인구 10만 명당 26명보다 22.5배 더 높은 수치다. 특히 남편을 잃은 부인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457명으로, 일반인구 자살률과 견주면 94.5배 더 높았다.
또 자살과 교통사고를 경험한 유족의 자살률을 비교해보니, 자살 유족이 자살로 숨진 비율이 약 3배 더 높았다. 교통사고 사망은 ‘갑작스러운 죽음’이라는 점에서 자살 사망과 공통점이 있다. 자살 유족이 자살로 사망하는 비율은 전체 사망 원인 가운데 15.5%였다. 반면 교통사고 사망자의 유족이 자살로 숨진 비율은 5.7%, 자살이외 사망자 유족인 경우는 5%였다.
가족 구성원이 자살로 사망한 뒤 남은 유족이 자살하기까지 기간은 평균 25.4개월이었다. 남편이나 자녀를 잃은 여성의 경우 평균 2년 미만이었고, 자녀와 형제자매, 아버지를 잃은 경우는 3년이었다. 연구팀은 “가족이 자살한 시점부터 2~3년 동안은 자살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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