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1회 표지이야기 공모제의 당선작을 쓴 대학생 정혜빈입니다. 제1443호로 찾아뵙고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두 번째 표지이야기 공모제가 열린다는 소식에, 도전하는 당신을 위한 안내서를 준비했습니다. 똑똑한 내비게이션도 목적지 부근에서 안내를 종료합니다. 고발하고 기록하려는 당신은 이미 표지이야기에 가까워졌습니다. 제가 정확한 안내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제 경험이 좋은 길동무가 되기를 바라며, 기억을 더듬고 그때의 생생한 감정을 살려서 적어봤습니다.
제 표지이야기는 주인 잃은 수첩에서 시작됐습니다. 정신질환 때문에 일상을 잃어가는 한 학생의 사연이었습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하고 공황장애를 갖게 됐습니다. 수업을 듣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며칠 뒤 퇴원했지만, 학사경고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학교 사람들이 그의 상황을 이해해주는 듯했지만 곧 교수나 학생들이 싫은 소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학생은 그런 차가운 학교 분위기를 견디지 못해 휴학했습니다. 친구는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딱히 화내는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조용하면서도 푸념하는 듯한 어조에 가까웠습니다. 갑작스러운 운명의 장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수첩에 담긴 사연을 읽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학생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깊고 아팠을 것입니다. ‘정말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안됐다’는 위로의 말 정도로 해결될 수 없는 일임을 저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사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친구와 비슷한 처지의 수첩 주인(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나는 남에게 이야기할 정도로 증상이 심하지 않다' ‘언론사 기자도 아닌 당신을 신용할 수 없다' 등 다양한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인터뷰 약속까지 잡았다가 취소 전화가 오기도 했습니다. 부모님이 ‘그런 얘기 밖에서 하는 거 아니다'라며 제지했다고 합니다.
사례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이 들면서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봤습니다. 그렇다면 제 노력이 닿을 때까지 기다리면 될 테니까요.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학생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지 않는지 취재했습니다. 정신질환 학생에게 평등한 학습권을 보장하는 법에 구멍이 있었습니다. 대학에 구멍을 메울 책임이 있지만 누리집에는 어떤 언급도 돼 있지 않았습니다. 저는 전국 대학교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조차 무관심한 현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4명의 학생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모든 자료를 엮어 <한겨레21> 표지이야기 공모제에 지원했습니다. ‘안됐다'라는 위로로 해결되지 않는 일이라 당선됐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한마디 말에 담기 부족한 일들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주저하지 말고 쓰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선 뒤 넉 달 동안 <한겨레21> 기자의 도움을 받아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의원실에 연락해 전국 대학의 정신질환 학생 학습 지원 자료를 받아, 이전에 일일이 연락해서 파악한 상황에 추가했습니다. 대학의 지원 사례가 발견돼 담당자에게 연락했습니다. 외국의 학습 지원 상황도 문의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한겨레> 사회부 기자의 도움으로 인터뷰했던 4명을 포함해 여러 대학교의 학생 8명 사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취재할 때 제가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학생의 개인적 배경이었습니다. 어디서 태어나 어떻게 자랐고, 어떤 취미가 있고, 어떤 꿈이 있으며,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느냐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학교생활을 구체적으로 물었습니다. 정신질환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여러 각도에서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정신질환자'가 아닌 한 사람을 조금이라도 더 부각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미디어에 비치는 정신질환 대학생은 단편적입니다. ‘정신질환자’라는 역할에 충실할 뿐, 사람이 보이는 기사는 드물었습니다. 아마도 그건 ‘상처받고 포기해버린 청년'이 문맥의 전개상 편하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만난 학생들은 우리 사회가 앗아간 ‘자격', 학습권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정신질환자에게도 생활이 있고, 인생이 있고, 기쁨이 있고, 갈등이 있고, 모순과 딜레마가 있고, 그런 것을 종합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문장으로 쓰이지 않더라도 인간적인 배경을 알려 했습니다.
제1443호에 ‘정신질환을 진단받고 학생 자격을 잃었네’와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발굴하라’ 두 편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인터뷰한 학생들에게 다시 연락했습니다. 종강을 앞둔 그들은 지난 학기를 돌아보며 깊은 무기력을 느꼈습니다. 이번에도 다를 것 없는 학점을 받았다는 학생은 기사로 위로받았다고 합니다. 저는 수첩을 버린 주인이 세상이 나은 곳을 향해 조금씩 나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있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대변할 매체가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가는 수많은 ‘학생’을 위해 응모해주셨으면 합니다.
정혜빈 제1회 표지이야기 공모제 당선자다음 예시를 참고하되, 형식은 자유. 디지털 스토리텔링도 가능.
1. 현장 부문: 현장에서 직접 보고 겪은 일을 적은 르포 형식의 기사
공장이 떠난 도시(제1269호·제1271호), 코로나19 병동 48시간 르포(제1345호), 가덕도에 상괭이가 산다(제1359호), 강원도 오색케이블카 설치 예정지 방문(제1457호) 등 참고
2. 시대 진단·고발 부문: 시대의 모순과 문제를 의제(어젠다) 형식으로 드러내거나 고발하는 기사
페미사이드(제1393호), 소멸도시(제1378호 등), 탈성장(제1459호), 정신질환 대학생의 학습권 분투기(제1회 당선작, 제1443호) 등 참고
3. 기획 부문: 새로운 발상으로 문제에 접근한 기사
도시 벽지학교(제1304호), 챗지피티도 문해력이야(제1455호), 온라인 혐오 빅데이터 분석(제1432호) 등 참고
■ 주최 한겨레21
■ 제출사항 ① 지원자 이름, 연락처
② 기획 의도 A4용지 1쪽 분량(200자 원고지 5~10장 내외) (한글문서 또는 워드문서로 첨부)
③ 원고 A4용지 4쪽 분량(200자 원고지 30장 내외) (한글문서 또는 워드문서로 첨부)
④ 기획을 수행할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작 3편 (링크나 첨부파일 형태)
■ 보낼 곳 reportage21@hani.co.kr
*기획안 접수와 문의는 전자우편으로만 가능합니다.
*전자우편 제목에 【한겨레21 표지이야기 공모제 지원작】이라고 밝혀주세요.
■ 접수 2023년 6월19일(월)~6월30일(금) 오후 5시
■ 선정작 발표 7월 말
■ 상금 총 3개 지원작에 각각 100만원 지급, <한겨레21> 표지이야기로 실린 뒤에는 규정에 준하는 원고료 지급
*선정 이후 기획안이나 취재 내용의 도작·표절이 밝혀지면 수상이 취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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