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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에게 2시간 무급노동을 강요해도 될까?

몰라도 되는 것은 없으니까
등록 2023-02-24 14:15 수정 2023-03-07 05:06
한겨레21 노땡큐 일러스트.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한겨레21 노땡큐 일러스트.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2020년 5월, 캄보디아에서 온 20대 초반의 찬투(가명)씨와 카니따(가명)씨를 만났다. 이들은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왔고, 경상도의 한 채소농장에서 일한 지 석 달이 됐다.

“우리는 비닐하우스에서 하루 10시간 일했어요. 사장님은 하루 8시간 일한 것으로 계산해서 월급을 줬어요. 사장님에게 따졌어요. 그랬더니 다른 곳도 다 그렇게 한대요. 그래서 일자리 바꾸고 싶어요. 사장님은 200만원을 내야 사업장 변경을 해준대요. 우리는 어떻게 해요?”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의 동의가 있어야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 사업주 동의가 없다면 계속 일해야 했다. 어떤 사업주는 동의해주는 대가로 불법이지만 종종 돈을 요구했다.

“이해되면서도 돈이 개입되잖아요”

나는 60대 고용주 김미자(가명)씨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다. “걔네들 입장에서 생각해봤어요. 걔네들이 밉지는 않고 이해가 돼요. 근데 이해되면서도 이게 돈이 개입되잖아요. 좋은 마음으로 헤어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사업장 변경 신고에) 사인도 다 해줬어요. 좋은 곳에 가서 일해 돈 많이 벌어서 고향에 가야지요.” 김미자씨는 두 노동자에게 월급도 제때 줬다. 이주노동자가 다른 곳에 가서 일할 수 있도록 사업장 변경에도 동의했다. 이것으로 끝난 줄 알았다.

2020년 6월1일 관할 고용지청에 김미자씨와 찬투씨, 카니따씨 모두 모였다. 특별근로감독관이 사건을 조사했다. 하루 2시간씩 무급노동을 시킨 것도 문제였지만 해고 방식도 문제였다. 사업주인 김씨는 “짐 싸서 당장 나가”라는 말로 두 사람을 단박에 해고해버렸다.

근로기준법 제26조에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해고예고수당은 5명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며, 사업주는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특별근로감독관이 김미자씨에게 차분하게 설명했다. “짐 싸서 나가라고 해도 해고 예고로 30일을 주셔야 해요. 합의를 안 하시면 사법처리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법 위반 사항도 많고 최저임금도 계산 안 하셨고, 그럼 벌금이 많이 나와요. 체불임금으로 민사소송에 들어가면 거기에 이자가 20% 붙어요.”

근로기준법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김미자씨는 한숨 쉬며 해고예고수당을 주고 사건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하늘에 불벼락 떨어지는 소리네요. 어느 농민이 해고 예고를 30일 전에 미리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겠어요. 우리보다는 노동자 입장에서만 조율이 되네요. 농촌에서는 이 법이 안 맞아요. 실질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어요.”

이에 특별근로감독관이 힘줘 말했다. “다들 몰라서 그랬다고 생각해요. 5명 미만 사업장에는 부당해고 구제는 안 되지만 해고예고수당은 해당이 됩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이에요. 고용주니까 이 부분은 이제 아셔야 해요.”

옆에 있던 찬투씨가 울음을 삼키며 할 말이 있다고 했다. “내가 서운한 게 있어요. 그전에도 시간이 문제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때 사장님은 안 된다고 했어요. 왜 이제는 인정하는 거예요?”

김미자씨가 물러서지 않고 답했다. “그건 노동법하고 실제 상황이 달라서 그래. 노동법이 우리 실정과 맞지 않은 것이 많아.”

납득할 만한 대답은 아니었는지 찬투씨와 카니따씨는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 현실과 법이 맞지 않으면 이주노동자에게 2시간 무급노동을 강요해도 될까? 고용주는 법에 어긋나더라도 본인들의 실정에 맞게 하면 될까? 사업주가 유통구조 문제,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사회구조적으로 차별과 억압을 받는다고 해서,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를 억압할 권한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춘희 <깻잎 투쟁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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