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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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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의 관심사는 ‘자기계발’ [혐오의 민낯]

급진 페미니즘 커뮤니티의 변화
등록 2022-10-04 20:34 수정 2022-10-07 08:33
“남성은 주로 구체적인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 및 갈등을 혐오라고 규정하고, 여성은 주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차별과 폭력을 혐오로 규정한다.”(홍찬숙, <한국 사회의 압축적 개인화와 문화변동>)
‘혐오가 문제’라고 모두 말하지만, 각자가 인식하는 혐오는 다르다. 무엇을 어디까지 혐오로 인식할지,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해결책을 모색할지를 두고 또 다른 충돌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혐오의 원인과 맥락에 접근할 길을 찾는 대신, 겉으로 드러난 갈등 자체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흐름이 두드러진다.
<한겨레21>은 이같은 혐오 현상을 새로운 접근법으로 분석해보려 했다. 1부에서는 지식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와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뉴스 댓글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한국의 혐오가 온라인 공간에서 어떤 맥락 안에 축적돼왔는지를 살폈다. 온라인 공간은 오프라인 공간보다 혐오를 둘러싸고 가장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곳이며, 언론과 정치인의 목소리를 통해 혐오가 확대재생산될 가능성이 큰 곳이기도 하다. 여성혐오 표현에 거울을 비추는 방식(미러링)으로 혐오를 되돌려주려 한, 온라인 커뮤니티 ‘메르스갤러리’의 성장 전후로 일간베스트저장소, 에펨코리아 등 남초 커뮤니티에서 어떤 흐름이 나타났는지, 퀴어문화축제 개최 전후로 포털 뉴스 이용자의 혐오 댓글 작성 행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등을 분석했다. 분석 방법으로는 혐오표현을 학습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헤이트스코어 알고리즘)을 이용했다. 1부에 이어 제1434호에 연재되는 2부에서는 혐오표현과 혐오범죄 등에 대응하는 외국의 사례를 전할 예정이다. _편집자주

‘워마드’는 생물학적 여성만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표방한다. 성소수자, 특히 게이와 트랜스여성(MTF·Male to Female)을 배제하는 태도를 가진 이들이 2016년 ‘메갈리아’에서 갈라져 나와 만들었다. 이른바 ‘트랜스배제적 급진 페미니즘’(TERF·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t)이 중심이다. 이들은 기혼 여성 등도 ‘가부장제의 부역자’로 여겨 배척한다.

2017~2018년 활발하게 운영된 워마드 내부에서 공유했던 인식과 정서는 청년층 여성을 중심으로 퍼졌다. ‘4B’(비혼·비연애·비출산·비섹스)운동,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합격생 입학 포기 사건, ‘생물학적 여성’만 가입할 수 있는 래디컬 페미니즘 대학 동아리 운영 등이 대표적 사례다.

2018년 말부터 워마드의 게시물과 조회수가 크게 줄어 현재는 사실상 유의미한 여론이 형성되는 커뮤니티라 보긴 어렵다. 다만 ‘래디컬 페미니즘’의 기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과거 워마드의 혐오표현 역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언더스코어는 하루 최소 30개 이상의 게시물이 작성된 2017년 2월7일~2018년 11월18일 워마드 게시물 가운데 댓글이 5개 이상 달린 5만3881건을 헤이트스코어 알고리즘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시간이 흐를수록 성소수자와 기혼 여성에 대한 혐오발언 비율은 감소하고 단순 악플과 남성을 겨냥한 혐오표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목 경쟁’이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기 ‘미러링’의 당위성이 희석된 반면 남성을 겨냥한 자극적인 발언이 새로운 행동전략이 됐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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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 게시물 분석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자기계발’에 대한 높은 관심이다. 게시물을 △자기계발 △어학·이민 △성범죄 △성평등으로 나눠서 분석했더니(표 참조), 자기계발과 관련한 게시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게시물 기준 9.93%, 댓글 기준 1.9%로 다른 주제보다 높았다. 자격증·어학공부 등 자기계발을 하고, 교환학생·유학 등으로 한국을 벗어나, 투자·재테크로 경제적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도 ‘신자유주의화된 페미니즘’이라고 표현하는데 임금노동자가 되기 불가능해진 사회경제적 조건에 대한 인식은 남녀 불문 20대가 공유하고 있다. 자기계발로 (논의가) 흐르는 건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짚었다. 여기에는 ‘현 사회에서 주류 시민으로 인정되려면 경제적 자립이 필요한데 성차별적 구조가 그것을 막는 자물쇠라고 보는’(홍찬숙, <한국 사회의 압축적 개인화와 문화변동>) 일부 청년층 여성의 인식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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