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밝은 뉴스부터 보면, 충남 부여군의 특별한 외국인 농업 노동자 정책, 경기 북부의 외국인 안보 관광객 급증,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의 조개 줍기, 거의 1세기 만에 다시 연결된 서울 창경궁과 종묘 기사가 눈에 띄네요.
물론 이번 한가위에도 묵직한 이슈가 있습니다. 제주의 외국인 여행객 입국 제한, 낙동강 8개 보로 수질이 나빠진 경남의 농업, 대구·경북의 수돗물 고민, 국립대에 처음 설치된 대전 충남대의 ‘평화의 소녀상’ 등입니다.
또 경전선 전남 순천역은 그 위치를 두고, 광주에선 대규모 쇼핑몰을 어떻게 할지, 전북 남원에선 산악열차를 놓을지 고민인가봅니다. 충북 청주에선 도청의 공무원 주차장 축소, 강원도에선 세 번째 ‘특별자치도’의 실효성, 경기도는 혁신학교 축소 방침이 논란입니다.
어떻습니까? 올해 한가위에도 엄청난 뉴스가 각 지역에서 쏟아졌지요? 우동뉴스와 함께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_편집자주
충북도는 지금 ‘차 없는 도청’ 자율시행으로 시끄럽다. ‘차 없는 도청’은 충북도청 안 주차 공간에서 차를 빼겠다는 것이다.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지시에 따라 시범운영을 거쳐 직원 자율시행 중이다. 하지만 충청북도 공무원노동조합(노조)은 ‘자율을 가장한 강제 시행’이라며 날마다 도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등 반발한다.
‘차 없는 충북도청’은 “도청을 문화공간으로 바꿔 도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김 지사의 지시로 출발했다. 8월8~12일 ‘차 없는 도청’을 시범운영했다. 충북도는 이 기간에 주차 공간(377면) 가운데 임산부·장애인·민원인 공간만 남기고 72%를 폐쇄했다. 충북도는 “도청 청사는 청주 도심 한복판에 있어 고질적 주차난에 시달린다. 공간을 전면 재편하고, 휴식과 문화를 함께 영위할 수 있는 도심 속 명품 문화·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해 시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설명했다.
충북도는 도청 주변 외부 주차장 155면을 추가 임차했으며, 직원 출퇴근을 위해 도청 관용 셔틀버스를 투입하고, 대중교통 이용과 카풀 등도 권장했다. 김 지사 자신도 셔틀버스로 출근했다. 그는 도청 직원에게 “여러분을 힘들게 한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참고 도와주면 문화가 아름다운 도청을 만들겠다. 마음을 열고 따라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지금 충북도청은 오전 한때 ‘차 없는 도청’이 유지됐다가 오후가 되면 다시 차가 몰리는 ‘차 있는 도청’이 반복된다. 주차난은 좀 덜해졌다.
충북도는 시범운영 마지막 날 ‘차 없는 도청’ 자율시행을 발표했다. 노조는 ‘자율을 가장한 강제 시행’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차 없는 도청’ 자율시행과 함께 충북도가 팀장 이상 관리자급 직원에게 배정된 주차 공간을 민원인에게 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그동안 도청 안 전체 주차 공간(377면) 가운데 170면을 도청 직원용으로 배정했다. 이 가운데 107면(63%)을 팀장 이상 관리자급에게 무료 배정했는데 이를 폐지해 부분적으로나마 ‘차 없는 도청’을 한다는 것이다. 신형근 당시 충북도 행정국장은 “직원 주차면을 줄여 민원인 주차면을 확대한다. 관리자급 이상 직원은 솔선수범해 대중교통, 관용 셔틀버스 등을 이용하고, 필요하면 외부 주차장 등을 활용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 없는 도청’ 자율시행 이후 도청 팀장급 이상 관리자들은 도청 안으로 차를 끌고 오지 못한다. 자율시행이기 때문에 차를 끌고 와 도청에 주차할 순 있다. 다만 다른 이들의 눈을 의식해야 한다. 충북도의 한 팀장은 “자율이라지만 누가 차를 끌고 올 수 있겠나. 불편하지만 따를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차 없는 도청’의 풍선효과로 도청 주변 주택가와 골목 등은 주차로 장사진을 이룬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주민은 “도청에 주차를 못하면 그 차가 어디로 가겠나. 주민들만 괜한 피해를 본다”고 푸념했다.
노조는 8월22일 ‘차 없는 도청’ 관련 직원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전체 직원(1200여 명)에게 진행한 조사에는 749명(도 본청 649명, 외청 100명)이 참여했다. ‘차 없는 도청’ 종합 판단 질문에 80%가 반대했고, 출퇴근 셔틀버스 운행에 77%, 외부 주차장 임차 효과에 58%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노조는 이 결과를 토대로 ‘차 없는 도청’ 정책의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노조는 ‘차 없는 도청 결사반대’ ‘직원 의견 무시하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김 지사는 각성하라’ 등의 손팻말과 펼침막을 앞세워 도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진재구 청주대 교수(행정학)는 “도청 직원은 인사 행정의 대상이기 때문에 고용주인 지사가 주차 등 불편을 초래할 때는 합리적 보상·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사는 도민 전체를 정책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데, 도청 민원인에게 주차 혜택을 주려는 것은 정책 대상 집단이 너무 작고 효과도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충북도는 8월30일 노조 주장 반박 성격의 ‘차 없는 도청’과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는데, 찬성 47.9%, 반대 44.4%로 비슷했다. 이 조사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8월26~27일 도민 519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노조가 충북도의 ‘차 없는 도청’ 시범운영에 참여한 것은 ‘주차타워 건립’ 기대감 때문이었다. 노조는 그동안 도청 안 주차난 해소를 위해 주차타워(빌딩) 건립을 도에 지속해서 요구했다. 4월26일엔 이시종 전 충북도지사와 주차타워 건립 타당성 조사를 합의했으며, 김 지사도 취임 뒤 긍정적이었다. 노조는 “‘8월3일 오후 신형근 행정국장이 도청 신관 뒤편 300대 규모 주차타워 건립, 충북 문화관 100대 규모 주차장 추가 확보를 김 지사가 약속했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실제 충북도는 ‘차 없는 도청’ 시범운영 시행 전인 8월1일 ‘주차타워 건립’을 보완 대책으로 제시했고, 자율시행 전환을 알린 8월12일에도 ‘주차빌딩 건립 등 주차장 확보’ 계획을 명시했다. 하지만 김 지사는 8월19일 기자간담회에서 “주차타워 건립에 쓸 여력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범우 충북도 공무원 노조위원장은 “김 지사가 주차타워 건립 약속과 ‘차 없는 도청’ 시행 때 직원과 협의한 약속을 모두 깼다. 이렇게 쉽게 말을 바꾸는 지사를 본 적이 없다. 직원도 도민”이라고 말했다.
‘차 없는 도청’에 반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조가 내건 ‘차 없는 도청’ 반대 펼침막 아래 ‘김영환 지사 정책 환영한다’는 내용의 펼침막도 하나둘 걸린다. 8월24일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내어 “도청에서 차량을 빼봤다는 것은 의미 있다. 하지만 수정·보완해야 할 것도 많다. ‘차 없는 도청’은 대중교통 활성화, 미세먼지 저감 등 환경 개선에 목적을 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행정기관 주차 문제의 공론화 얘기도 나온다. 전북도청의 해법이 눈에 띈다. 2005년 새 청사를 지은 전북도는 청사 안에 1241면의 주차 공간을 조성했다. 도청 직원(1217명)보다 많다. 하지만 민원인 등의 주차난이 불거지자 전북도는 직원과 도민에게 4월과 7월 두 차례 설문을 진행해, 9월부터 직원 차량 5부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지경순 전북도청 회계과 주무관은 “민원인 편의를 위해 주차면 확대를 고민하다 직원들이 솔선해 5부제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행정기관 주차 공간은 직원과 시민의 공유 공간이다. 김 지사처럼 대책 없이 단체장 마음대로 직원 복지 공간이자 시민 편의 공간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 이참에 행정기관 주차 문제를 공론화해 합리적인 운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주=글·사진 오윤주 <한겨레>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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