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시대다. 유력 대선주자는 혐오를 조장해 표를 얻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혐오를 팔아 돈을 번다. 혐오로 이득을 보는 이들 사이, 누군가는 좌표를 찍고 테러하는 ‘화살촉’이 되고, 누군가는 폭력과 차별의 희생자가 된다.
악성댓글(악플)과 루머에 시달린 27살 동갑내기 두 명이 스러졌다. 배구선수 김인혁, 유튜브와 트위치에서 활동하던 BJ잼미(본명 조장미)다. 김인혁 선수는 ‘화장한 것 같다’는 이유로, BJ잼미는 ‘남성 비하’ 제스처를 취했다는 논란으로 악플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몇 해 전 ‘온라인 괴롭힘’으로 가까운 이를 잃었던 두 사람은 “악플을 멈춰달라”고 호소했지만, 혐오의 화살은 꺾이지 않았다. 김 선수는 경기 성적에 대한 비난에 시달리던 절친 배구선수 고유민을, BJ잼미는 딸에 대한 공격을 힘들어하던 자신의 엄마를 먼저 떠나보낸 바 있다. 두 사람은 2022년 2월4일과 5일 연달아 목숨을 끊었다.
악플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은 이전부터 있었다. 2019년엔 가수 설리와 구하라가, 2020년엔 유튜버 BJ박소은(본명 박소은)과 고유민 선수가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포털 사이트는 악플의 진원지로 지목됐던 연예·스포츠 기사의 댓글 서비스를 급히 중단했다. 댓글창이 막히자 악플러들은 개인 SNS나 유튜브 등 더 사적인 공간으로 화살을 겨눴다. 최근엔 공격 대상도 넓혔다. 과거엔 주로 연예인·스포츠인 등 유명인이 악플을 겪었다면, ‘1인 방송’ 대중화로 누구나 ‘괴롭힘’에 노출되는 환경에 놓였다. 최근 ‘가품’ 사용 논란에 섰던 유튜버 겸 인플루언서 프리지아도 외모 비하와 가족에 대한 루머에 시달렸다. 실제 경찰청 통계를 보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사건 발생 수는 2014년 8880건에서 2020년 1만9388건으로 갑절이 됐다.
혐오는 돈이 된다. 조회수가 높을수록 더 큰 수익을 얻는 플랫폼 구조 속에서 ‘사이버레커’(이슈가 되는 사건을 영상으로 만들어 조회수를 올리는 이)들은 더 자극적인 게시물을 만든다. ‘메갈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BJ잼미에 대한 영상을 만든 유튜버 ‘뻑가’가 대표적이다. 구독자 120만 명을 보유한 ‘뻑가’는 ‘여경’·전효성·프리지아 등 주로 여성 혐오와 관련한 콘텐츠를 올리면서 수익을 낸다. 유튜브 수익 분석 사이트 녹스인플루언서에 따르면, 뻑가의 한 달 수입은 6천만~1억1천만원이다. 뻑가는 BJ잼미가 숨진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르는 등 공론화되자 “(나는) 이슈를 정리했을 뿐, 최초 모함 당사자가 아니”라며 발을 뺐다.
특정인을 겨냥한 혐오와 차별 게시물이 넘쳐나는데도, 플랫폼 운영업체들은 ‘혐오 장사’를 방치한다. 김인혁 선수와 BJ잼미의 사망 이후에도 SNS와 유튜브엔 고인을 비난하는 댓글과 영상들이 삭제되지 않은 채 그대로다. 오히려 이들 사건을 다룬 게시물에 고인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댓글이 추가로 달린다. 혐오의 고리를 끊으려면 법과 제도의 마련이 필수지만, 이는 요원해 보인다. 지지율 1위 대선 후보조차 표심을 얻기 위해 여성·외국인 혐오 등을 이용하니 말이다.
김인혁 선수가 숨지기 전 자신의 SNS에 올린 마지막 글은 가수 심규선의 <부디>라는 곡이다. “부디 그대 나를 잡아줘”로 시작하는 노래는 “부디 다시 한번 나를 안아줘”로 끝난다. 부디, 혐오 대신 잡아달라는, 안아달라는 그의 바람이 외면당하지 않길.
장수경 <한겨레> 기자 flying710@hani.co.kr
*뉴노멀: 이주의 주요 뉴스 맥락을 주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코너로 김규남 기자, <한겨레> 이승준, 장수경 기자가 돌아가면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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