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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뉴스] 제주 원도심에 MZ세대가 몰려온다

등록 2022-02-02 06:31 수정 2022-02-03 02:22
2021년 12월 제주시 서부두 명품횟집거리에 문을 연 ‘끄티탑동’.

2021년 12월 제주시 서부두 명품횟집거리에 문을 연 ‘끄티탑동’.

제주 원도심이 꿈틀댄다. 과거 제주에서 가장 번화했다가 도시의 개발과 확산으로 쇠락을 거듭하던 제주 원도심이 최근 몇 년 사이 변화하고 있다. 제주 역사의 흔적 위에 문화예술이 입혀지고 감성까지 더해지면서 젊은 세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적했던 원도심 골목에 아기자기한 카페가 하나둘 생겨나고 젊은이들이 찾아든다.

관덕정서 걸어서 20분 안에 다 있어

원도심의 중심은 관덕정과 제주목관아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제주 역사의 중심지이자 1901년 신축항쟁과 현대사의 비극 4·3을 지켜본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도보로 반경 20분 거리 안에는 원도심의 모든 것이 있다. 도로 맞은편 안쪽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가면 조선시대 향청 역할을 했고 조선 후기 신성여학교로 이용됐던 향사당을 만날 수 있다. 산지천 끄트머리에는 굶주리는 조선의 백성들을 구한 김만덕을 기리는 김만덕기념관도 있다.

제주 역사의 흔적 위에 문화예술공간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문화예술인들이 모여들었다. 향사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옛 제주의료원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예술공간 이아와 산지천 부근 산지천갤러리는 원도심 문화예술 바람을 이끈다. 현재 이아에서 진행 중인 ‘삶으로서의 사유’ 전시와 산지천갤러리의 ‘산지천 복개를 걷어내고’ 전시는 2022년 2월28일까지 1월에는 매주 토요일, 2월에는 매주 일요일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에 이어 원도심을 찾는 이들은 엠제트(MZ)세대다. 엠제트세대가 찾는 곳엔 이들 취향에 맞는 문화와 감성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옛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갤러리에서 음악과 책을 만날 수 있고, 여행자들의 눈길을 끄는 감성 가게가 곳곳에 있다.

산지천갤러리 맞은편에는 잡지 전문공간 종이잡지클럽 2호점이 들어섰다. 문학과 영화, 음악, 공간, 철학 등 여러 종류의 잡지를 만날 수 있다. 인근 오각집에선 아기자기한 소품을 사거나 맥주나 와인 등을 마실 수 있다. 피아노와 기타, 드럼도 있어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서부두 명품횟집거리에 있는 ‘끄티탑동’은 옛 조선소 건물을 리모델링한 공간으로 1층은 부산의 로컬 브랜드 비아방믈이 있고, 2·3층은 음식을 먹거나 전시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문학과 영화·음악·상업까지 모든 것

원도심 중앙성당 부근 ‘고요하게 머물며 산책하듯 보내는 느긋한 하루’라는 뜻의 복합문화공간 ‘고요산책’에서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탑동에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바이 아라리오’, 프라이탁스토어 등이 들어서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고, 최근에는 코오롱스포츠의 체험형 매장 ‘솟솟 리버스(Rebirth)’도 1970년대 지어진 건물에 들어섰다.

제주 원도심에선 오래된 역사의 흔적 속에 살아가는 시민들과 여행객이 어우러져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만들어내고 있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한겨레>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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