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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녹색인 척하다

등록 2021-10-09 12:32 수정 2021-10-09 12:32
2021년 10월1일 스타벅스 직원이 고객에게 리유저블 컵을 제공하고 있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2021년 10월1일 스타벅스 직원이 고객에게 리유저블 컵을 제공하고 있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하는 척하다’: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나 상태를 거짓으로 그럴듯하게 꾸밈을 나타내는 말. 〈표준국어대사전〉

2018년 종이 빨대를 도입해 ‘친환경’ 이미지를 얻은 스타벅스가 그동안 ‘친환경인 척’했던 것일까. 평소처럼 ‘굿즈’ 마케팅을 했을 뿐인데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친환경 경영과 거리가 있지만 녹색 경영처럼 홍보) 논란에 휩싸였다.

발단은 2021년 9월28일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전국 매장에서 진행한 ‘리유저블컵 데이’ 행사다. 스타벅스는 “일회용컵 사용 절감이라는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음료를 주문한 고객에게 다회용컵을 무료로 제공했다. 이날 하루만 받을 수 있는 ‘한정판’ 다회용컵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렸다. 주문한 커피를 받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리고, 8천 명 이상이 동시에 주문 앱에 몰려 접속이 지연됐다.

스타벅스의 ‘친환경’ 기획 의도는 진정성을 의심받기 충분한 상황이다. 우선 다회용컵의 재사용 횟수부터 민망하다. 다회용컵 소재는 ‘폴리프로필렌’, 일회용 포장재로 사용하는 일반 플라스틱이다. 컵과 빨대 등을 합친 무게는 49g으로 일회용 플라스틱컵(14g)보다 3.5배 무겁다. 소재와 무게에 따라 달라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하면, 다회용컵을 4회 이상 사용해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효과가 있는 셈이다. 스타벅스는 2021년 8월 이번 다회용컵과 비슷한 소재의 컵을 내놓으며 재사용 횟수를 20회로 권고한 바 있다. 재사용 권고 횟수가 감축 효과 기준인 4회보다는 많지만 ‘친환경’이라기엔 부족하다. “플라스틱을 줄이겠다며 ‘예쁜 플라스틱 쓰레기’를 내놨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간 스타벅스가 코로나19 감염을 이유로 텀블러 사용을 막았기에 ‘친환경 마케팅’은 더 의심을 산다. (물론 식당들은 수저와 컵, 그릇을 재사용한다.) 논란 이후 스타벅스는 텀블러 사용을 허용 했다.

‘친환경’이라는 트렌드에 쉽게 올라탄 기업들의 ‘그린워싱’ 논란 사례는 많다. 캐나다의 친환경 컨설팅 기업인 테라초이스가 제시한 ‘그린워싱의 7가지 죄악’을 이용하면 ‘무늬만 친환경’을 가릴 수 있다.

①상충효과 감추기(친환경적인 특정 속성만 강조해 다른 속성의 영향은 감추는 행위) ②증거 불충분(근거 없이 친환경이라고 주장) ③애매모호한 주장(광범위하거나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용어 사용) ④관련성 없는 주장(내용물은 친환경과 무관한데 용기가 재활용된다는 이유로 친환경 제품이라고 표기) ⑤유해상품 정당화(환경적이지 않지만 다른 제품보다 환경적일 때 친환경이라 주장) ⑥거짓말(거짓을 광고) ⑦부적절한 인증라벨(인증받은 상품처럼 위장)

‘7가지 죄악’에 맞춰 그린워싱 논란 사례에 적용해봤다. 국내 화장품 회사 이니스프리는 플라스틱 용기 겉면에 종이를 덧대는 방식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놓고도 ‘페이퍼 보틀’이라는 명칭을 붙여 소비자의 오해를 샀다.(③애매모호한 주장) ‘기후위기’ 장본인으로 꼽히는 석탄발전도 ‘친환경’ 수식어를 쓴다. 삼척블루파워는 ‘2100㎿급 대용량 국내 최고의 환경친화적 명품 발전소’라고 누리집에서 소개하고 있다.(⑤유해상품 정당화) 캡슐 커피 브랜드로 유명한 다국적 기업 네슬레는 매년 이산화탄소를 8t 배출하는 알루미늄 캡슐을 쓴다. 알루미늄 재활용 정책을 편다고 말하지만, 지난해까지 실제 재활용률은 29%에 그쳤다.(②증거 불충분)

그렇다면 스타벅스는? 플라스틱컵을 생산할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감춘 채 친환경이라고 홍보해 그린워싱의 7가지 죄악 중 ‘①상충효과 감추기’에 해당한다.

장수경 <한겨레> 편집부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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