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도쿄 비장애인 올림픽 한국방송 KBS의 모든 중계방송을 여기서 마칩니다.”
제1376호에서 임경지 뉴스큐레이터가 언급했듯, 2021년 8월8일 도쿄올림픽 폐막식을 중계한 KBS 이재후 아나운서의 클로징 멘트는 ‘장애인 올림픽’을 자연스럽게 연상케 해 많은 이의 호응을 얻었다. 장애인을 ‘열등한 존재’로 규정하고, 시혜적·동정적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사회의 감수성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2021년 8월24일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이 개막했다. 장애인 선수들은 9월5일까지 갈고닦은 기량을 겨룬다. 이재후 아나운서 덕분에 첫 단추를 잘 끼운 만큼 패럴림픽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같이 나눴으면 한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10대 일간지 장애인 관련 기사 전체를 모니터링했던 김민정 연구원이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모니터링 리포트> 31호(2018년 4월)에 남긴 글을 발췌해 소개한다. 장애인올림픽을 보도하는 언론들이 피해야 할 다섯 가지 포인트다. 독자도 ‘매의 눈’으로 언론을 감시해주시라!
①장애인을 ‘인간 승리의 드라마’ 혹은 ‘감동의 원천’으로 묘사 ②‘소아마비를 딛고’처럼 ‘장애 극복’을 강조하는 경우 ③신체 손상을 상세하게 부각하거나 장애와 질병을 동일시하는 경우 ④장애를 무기력함, 불행, 절망 수치 등으로 묘사 ⑤장애인 가족(특히 배우자와 어머니)을 죄인 또는 영웅으로 묘사
이 다섯 가지는 실제 평창 장애인올림픽 때 많은 언론이 장애인 선수들의 성취를 묘사한 방식이었다. 이런 묘사를 피하자는 이유는 장애인을 ‘특별한 존재’ ‘비장애인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 등으로 바라보거나, ‘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해 ‘고쳐야 할 것’으로 간주하지 말자는 것이다. 즉 장애인을 대상화하지 말고, 그들의 경기력을 있는 그대로 보자는 제안이다. 또 어느 장애인 선수의 성취가 그럴 수 없는 장애인들의 좌절로 이어지지 않게 우리 사회가 세심하게 신경 쓰자는 의미도 있다. 올림픽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끝없는 도전이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넘어서려 한다는 점에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장애인/비장애인 선수들은 다를 게 없다.
언론과 시청자가 다섯 가지 포인트에 유의해 패럴림픽을 보면 장애인 스포츠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비장애인 올림픽에서도 근대5종경기(펜싱·수영·승마·크로스컨트리·사격), 여자배구 등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종목의 매력에 많은 이가 빠져들었다. 선수들의 경기력과 개별 종목이 갖는 재미에 집중하다보면 자연스레 스포츠가 가진 매력으로 손에 땀을 쥐게 될 것이다.
8월24일 패럴림픽 개막식 중계 말미 KBS는 다음과 같은 자막을 띄우고 아나운서는 “저희의 슬로건으로 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노력과, 같은 열정과, 같은 감동과, 조금 더 깊은 존경심으로 KBS 도쿄패럴림픽 중계방송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자양궁 개인전에서 안산 선수가 금메달을 따던 순간 KBS 아나운서가 한 말이 패럴림픽 내내 울려퍼졌으면 한다. “여러분은 지금 국가, 인종, 종교, 성별로 규정된 게 아닌 자신의 꿈을 향해 묵묵히 노력한 한 인간으로서의 그 선수, 그 자체를 보고 계십니다!”
이승준 <한겨레>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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