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 장광석
서울 용산구,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넓은 산등성이에 낡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개발해야겠네, 잘되면 대박이겠다, 평당 1억 넘겠는데, 사놓을걸’을 속으로나마 읊조리는 게 어색한 일은 아니다. 죄책감을 느낄 일도 아니다. 다들 그렇다.
재개발될 그 땅, 한남3구역에 선엽씨가 산다. 50여 년을 세입자로 살았다. 고양이 까망이 3대를 돌봤고 이웃이랑 저녁을 먹었다. 비 새는 집은 그냥 견딘다. 그 땅에 형주씨는 투자했다. 정부가 빚내라고 해서 빚내어 8평 건물만 샀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개발 진행에 울분을 토한다. 그 땅에 종성씨가 물려받은 집이 있다. 그 집은 약속된 희망이다. 집을 떠나 전세자금 마련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그 희망 하나로 버틴다. 이 모든 처지는 그것대로 평범하고, 그것대로 지난하여 누구 하나 악인이라고 부를 수 없다. 다만 종성의 희망이 실현되는 날 선엽은 쫓겨난다. 선엽이 버티면 형주는 다시 분노할 것이다.
서울 재개발·재건축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따라 다시 뜨겁다. 철거를 동반할 것이다. 철거 앞에 예전 같은 통곡은 잘 들리지 않는다. 새로 들어설 아파트가 수십억원일 게 당연한 마당에 전세 3500만원짜리 집 잃은 고통을 호소하는 일은 생뚱맞다. 분노는 퍼지지 않는다. 투자해 부를 불리는 건 모두의 평범한 바람이라는데, 그 모두를 향해 분노를 쏟아낼 수도 없다. 무엇보다 통곡과 분노는 이 뜨거운 부동산 시장에서 ‘저 집을 가질 수 있느냐’를 둘러싸고 할 이야기이지, ‘저 집에 마음 편히 살 수 있느냐’를 두고 할 말은 아닌 게 됐다.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 다들 그러하여, 거기 들지 못하는 누군가 슬픔마저 빼앗겼다.
이어질 글은 그런 도시, 서울의 2021년 평범한 날들과 그 이후를 담았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1377호 표지이야기 모아보기
역대급 재개발 한남3구역의 장밋빛 내일 잿빛 오늘
저층 주택은 아파트로 가는 모라토리엄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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