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1월20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인기 댄스그룹 ‘듀스’의 전 멤버 김성재(23)가 숨진 채 발견됐다. 듀스 해체 이후 성공적인 솔로 데뷔 무대를 마친 다음날이었다.
1993년 4월 노래 <나를 돌아봐>로 데뷔한 듀스는 ‘서태지와 아이들’과 함께 1990년대 가요계의 아이콘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적 바탕이 록이었다면, 김성재와 이현도로 이뤄진 듀스는 뉴잭스윙과 솔 등을 기반으로 흑인음악을 일관되게 추구한 뮤지션이었다. 듀스를 한국 힙합의 원조라고 하는 이유다.
그가 떠난 지 올해로 26년이 됐다. 그 무심한 세월 동안, 김성재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김성재 변사 사건이 대한민국 연예계 최대 미제사건으로 불리는 이유다.
경찰은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킨 살인, 강도 등 강력사건 가운데 6개월 이상 지났는데도 피의자를 검거하지 못한 사건을 실무상 미제사건으로 본다. 대검찰청의 2019년 범죄통계를 보면, 살인 총 발생 건수 849건(기수·미수 모두 포함) 가운데 808건에서 피의자를 검거했고, 41건은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김성재의 유족은 오늘도 고통 속에 살고 있다. 가장 격이던 큰아들의 느닷없는 죽음으로 가족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범인이 누구인지, 죽음의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탓에 온전히 망자를 떠나보낼 수조차 없었다. 한국 사회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당시 수사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특히 김성재 변사 사건은 경찰 초동수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대표적 사례다. 사건을 미궁 속으로 빠뜨린 당시 검시제도의 문제점은 오늘날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문가 증언을 배척하거나 채택하는 등의 문제 또한 유효하다. 모두 김성재 변사 사건으로 짚어봐야 할 공익적 가치다.
지난 1년6개월여 동안, 그날의 진실을 알기 위해 수사·공판 기록과 당시 신문·잡지 기사 등 3천 쪽 넘는 관련 문서를 검토하고 당시 수사기관·법원 관계자들을 수소문해 인터뷰했다. 유족과 지인들을 만났고 법의학자와 의사들의 조언도 구했다. 살인 용의자로 지목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된 김성재 전 여자친구 쪽 변호인들도 수차례 접촉했다. 이제 26년 전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죽음의 진상을 들여다본다.
*다음주 일요일(3월28일) 마지막회가 공개될 예정입니다.
오승훈 <한겨레> 기자 vino@hani.co.kr
공동기획 팩트스토리
① 운명의 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784.html
② 오른팔의 주사 자국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821.html
③ 누가 부검을 반대했나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854.html
④ 진정서와 동물마취제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887.html
⑤ 제보자와 황산마그네슘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918.html
⑥ 누락된 증거와 첫 공판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974.html
⑦ 법의학 vs 법의학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014.html
⑧ 교체된 검사와 변호사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044.html
⑨ 무너진 유죄의 근거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076.html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민희진 “빨아먹고 찍어 누르기”…하이브 “무속인 코치받아 경영”
헌재, 형제자매·패륜가족에 ‘무조건 유산 상속’ 제동
‘김건희 주가조작’ 언급만 하면…방심위·선방위 벌써 5번째 제재
대법, ‘김건희 녹취’ 공개한 서울의소리에 “1천만원 배상하라”
특위 “내년 의대 정원 다루지 않겠다”…의협은 불참 고수
‘자두밭 청년’ 향년 29…귀농 7년은 왜 죽음으로 끝났나
하이브, 민희진 오늘 고발…“‘뉴진스 계약 해지’ ‘빈껍데기 만들자’ 모의”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중심,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유임
날짜 또 못 잡은 ‘윤-이 회담’…민주 “의제 검토 결과 못 들어”
5명 살리고 떠난 학폭 생존자…사회복지사, 당신의 꿈을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