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자식 간에도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고향 부모님 뵈러 가는 길은 조심스럽고, 자식들 얼굴 보러 움직이는 것도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이젠 ‘민족 대이동’이란 말도 농경사회 유물로 남을 판입니다.
그래서 <한겨레21>이 ‘우동뉴스’(우리동네뉴스)를 준비했습니다. 명절에도 발이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한겨레> 전국부 소속 기자 14명이 우리 동네의 따끈한 소식을 친절하고 맛깔스럽게 들려줍니다. 고향 소식에 목마른 독자에게 ‘꽃소식’이 되길 바랍니다. _편집자주
안녕하세요. <한겨레> 부산 담당 김광수 기자입니다. 모처럼 설 연휴를 맞아 고향 부산을 찾으려는 독자는 5명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 때문에 부산 갈매기를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부산 소식을 전할까 합니다.
부산가톨릭대 얘기입니다. 이 대학은 3월 입학하는 2021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자 모두에게 첫 학기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 형식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대학의 1학년 1학기 등록금은 280만~380만원으로, 1인당 평균 350만원입니다. 이 대학 신입생 966명 가운데 정시모집 인원은 311명입니다. 이는 수시모집 미충원 208명을 포함한 수입니다. 결국 311명에게 10억여원의 장학금이 지급되는 셈입니다.
이미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고 있고 1학기분이라고 하지만 전체 신입생 3분의 1에게서 등록금을 받지 않으면 대학 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 쪽은 “직원들의 허리띠를 줄여 재원을 마련했다. 학업 프로그램의 후퇴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부산가톨릭대가 파격적인 장학금을 지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실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전국 지원자 수는 2019학년도 59만4924명에서 2021학년도에 49만3433명으로 2년 새 10만 명 이상 줄었습니다. 2021학년도 수능에 실제 응시한 이는 42만1034명에 그쳤는데, 대학 입학 정원은 47만9012명입니다. 신입생이 5만8천 명 정도 모자랍니다. 학령인구가 줄면 수도권과 거리가 먼 대학부터 소멸한다고 합니다. 지방대학부터 직격탄을 맞는다는 말이지요.
학령인구 감소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정시모집입니다. 수시모집은 최대 6차례 지원할 수 있지만, 정시모집은 3차례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월11일 끝난 부산 지역 4년제 대학 15곳의 2021학년도 정시모집 평균 경쟁률은 2.3 대 1이었습니다. 2019학년도 4.2 대 1, 2020학년도 3.4 대 1과 비교해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탈출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방대 관계자들은 지방대 졸업생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도록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해법 가운데 하나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더 늘리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들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2018년 18%에서 해마다 3%씩 올려 2022년엔 30%까지 올리도록 했습니다. 이조차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지역인재를 현재의 권역별 선발이 아니라 비수도권 전체에서 선발하도록 하고 지역인재 비율을 2022년 30%에서 50%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이런 방법이 지방대학을 살릴지 지켜볼 일이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지방대학으로선 나쁠 게 없어 보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부산=김광수 <한겨레>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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