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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뉴스-강원]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 ‘복원 논쟁’

환경단체 등 “평창올림픽 뒤 복원 약속 지켜라”… 주민들은 “곤돌라 존치하라” 요구
등록 2021-02-06 13:09 수정 2021-02-08 02:07
강원도 정선에 조성된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 강원도 제공

강원도 정선에 조성된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 강원도 제공

2020년 한가위에 이어 이번 설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라는 국가의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이번에는 직계가족이더라도 거주지가 다르면 꼭 4명까지만 모여야 합니다.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직후여서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2020년 설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입춘이 지났어도 아직 봄은 오지 않았습니다.
부모 자식 간에도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고향 부모님 뵈러 가는 길은 조심스럽고, 자식들 얼굴 보러 움직이는 것도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이젠 ‘민족 대이동’이란 말도 농경사회 유물로 남을 판입니다.
그래서 <한겨레21>이 ‘우동뉴스’(우리동네뉴스)를 준비했습니다. 명절에도 발이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한겨레> 전국부 소속 기자 14명이 우리 동네의 따끈한 소식을 친절하고 맛깔스럽게 들려줍니다. 고향 소식에 목마른 독자에게 ‘꽃소식’이 되길 바랍니다. _편집자주

영하 20도 안팎의 강추위와 칼바람이 몰아치는 강원도 정선에 있는 가리왕산. 해발 1350m 높이에 있는 알파인경기장은 3년 전인 2018 평창겨울올림픽 때만 해도 알파인경기에 참여한 세계 각국의 선수들을 응원하는 뜨거운 함성이 울려퍼지던 공간이었습니다.

현장엔 “가리왕산 복원 전면 반대” 펼침막

그런데 지금은 ‘가리왕산 복원 전면 반대’ ‘정선군민이 사수한다’ ‘축소·철거 결사반대’ 등 살벌한 문구가 적힌 펼침막이 나부끼는 등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정선 알파인경기장 철거 반대 범군민투쟁위원회’가 2020년 12월16일부터 곤돌라 존치를 촉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는 현장입니다. 평화와 화합, 감동의 장소가 갈등과 대립의 현장으로 변했습니다. 앞서 투쟁위는 2019년 12월부터 정부를 상대로 천막농성을 했지만, 2020년 코로나19 확산 등의 이유로 잠정 중단한 데 이어 새해를 앞두고 투쟁을 재개했습니다. “평창올림픽 폐막 이후 3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정부에 조속한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또다시 한 해를 넘기고 말았다. 정부가 곤돌라 존치를 결정할 때까지 무기한 투쟁을 벌이겠다”며 완강한 태도를 보입니다.

사실 알파인경기장은 평창올림픽 개최 뒤 복원을 전제로 조성됐습니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뒤 정선 주민들이 곤돌라 존치를 요구하면서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주민들은 “국가 자산인 올림픽 유산을 보전하고, 지역주민들이 생태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곤돌라를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민들은 곤돌라가 운영되는 면적 5124㎡(0.28%)만 존치하고 나머지 182만4876㎡를 복원하면 환경 훼손도 많지 않다고 말합니다.

반면 산림청과 환경부, 환경단체 등은 전면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맞섭니다. 이들은 올림픽 경기장을 지을 때 전면 복원을 약속했기에 그것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산림청·환경부·환경단체의 ‘완전한 복원’과 강원도와 정선군 주민들의 ‘곤돌라 존치’ 주장이 조금도 좁혀지지 않아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하자 결국 국무조정실이 나섰습니다. 환경부와 산림청, 강원도, 정선군 등 관계 기관과 주민·환경단체 대표 등 14명이 참여하는 ‘가리왕산 합리적 복원을 위한 협의회’가 2019년 4월 결성된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12차례나 회의를 열었는데도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양쪽 갈등은 평행선을 달립니다. 게다가 2020년 2월 13차 협의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탓에 연기되면서 유일한 대화 통로마저 차단된 상태입 니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서쪽인 강원도 영서 지역이 가리왕산 복원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간다면, 동쪽인 강원도 영동 지역에선 설악산 케이블카를 둘러싼 40년간의 논란이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강원도와 양양군이 속초에서 설악산 권금성까지 올라가는 첫 번째 케이블카에 이어 1982년에 제2의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중앙정부에 요구하면서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케이블카 설치는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에 오르내렸고, 주민들은 침체한 설악권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대안으로 꼽았습니다. 번번이 계획 초기부터 무산되던 이 사업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8월 국립공원위원회가 이례적으로 조건부 승인을 하면서 갈등이 본격화했습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정류장 조감도. 강원도 제공

설악산 케이블카 정류장 조감도. 강원도 제공

설악산 케이블카 논쟁도 ‘팽팽’

문화재청이 먼저 제동을 걸었습니다. 2016년 12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양양군이 제출한 문화재 형상변경안을 부결했습니다. 천연보호구역에 설치되는 케이블카가 환경과 동식물 서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양양군은 2017년 3월 문화재청의 ‘부결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그해 6월 양양군 손을 들어줬습니다. 결국 문화재청이 그해 11월 사업을 조건부 허가하면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가까스로 재추진 동력을 얻었습니다.

이번엔 환경부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2019년 9월 환경부는 양양군이 낸 환경영향평가 보완서에 ‘부동의’ 결정을 했습니다. “설악산의 자연환경과 생태경관, 생물다양성 등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설악산 국립공원계획 변경을 위한 부대조건 이행방안 등을 검토한 결과,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고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러자 양양군은 다시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문을 두드렸고, 중앙행심위는 2020년 12월 ‘원주지방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양양군 손을 들어줬습니다. 양양군은 한껏 고무됐지만, 이번엔 중앙행심위 결정 뒤 순순히 사업을 허가한 문화재청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2021년 1월26일 중앙행심위 결정 내용을 전달받은 원주지방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에 동의해주는 대신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서 추가 보완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 니다.

환경청 쪽이 설명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중앙행심위가 원주지방환경청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본 까닭은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보완 기회를 양양군 쪽에 주지 않은 채 곧바로 부동의 한 것이 문제라고 봤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양양군이 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해서 제출하면 환경청이 전문가 의견 수렴 및 현지 합동조사 등을 거쳐 다시 결정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양양군은 환경영향평가를 사실상 다시 받게 된 셈입니다.

양양군은 환경청의 조처에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양양군은 “원주지방환경청이 재결 취지를 오판해 보완을 요구하면 법률 자문을 거쳐 관계자들을 직권남용으로 형사고발하고, 사업 지연에 따른 민사적 피해보상을 제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놓고 벌어진 환경부와 양양군의 충돌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환경청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 보완 요청”

2021년 설을 앞둔 강원도가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놓고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가리왕산 곤돌라와 설악산 케이블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춘천=박수혁 <한겨레>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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