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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n]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착취물 만들어도 51.9%가 집행유예

아청법에 의한 가해자 처벌 상황
등록 2020-06-13 15:40 수정 2020-06-17 09:55
2019년 9월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열린 ‘위기청소년교육센터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예방과 선제적 보호조치를 위한 법제 개선 방안’에 대한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9월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열린 ‘위기청소년교육센터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예방과 선제적 보호조치를 위한 법제 개선 방안’에 대한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n번방 가해자들이 처벌받긴 할까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약 4년동안 디지털 성착취를 당한 경험이 있는 지오(16·가명)가 물었다. 그가 경험한 경찰을 믿을 수 없는 까닭이다. 2018년 가을, 경찰서에서 한 차례 조사받은 지오는 자신이 어떤 신분으로 조사받았는지 모른다. 그저 경찰이 ‘소년원 보낼 수도 있다’고 어른 것만 기억한다. 지오의 사건은 법원까지 가지 못하고 거기서 끝났다. 물론 처벌받은 가해자도 없다.

지오가 디지털성착취를 신고해 가해자가 법정에 섰더라도 제대로 처벌받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성인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성범죄에 법원의 시선은 관대하기 때문이다.

아동·청소년에게 디지털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가 집행유예를 받은 ㄱ씨 사례를 보자. ㄱ씨는 2018년 6월 한 채팅방에 접속해, ㄴ(13살)양을 알게 됐다. ㄱ씨는 “아기가 아닌지 어떤지 볼까” “잘하면 상과 칭찬을 줄 것이고 아니면 벌을 주겠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고 ㄴ양의 유방·성기 사진과 영상 등을 받았다. 또 모텔에서 나체와 유사 성교 행위를 하는 동영상 등도 촬영했다. ㄱ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19년 3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피해자의 나이가 어리고, ㄱ씨가 과거 성매매로 기소유예를 받은 전력이 있다”면서도 “피해자가 화상·영상 촬영에 동의했고 피해자들이 누군지 알아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적 영상물을 촬영·제작·유포·소지하는 경우, 아청법 11조(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의 제작·배포 등), 성폭력특별법 제14조(카메라 등 이용 촬영), 아동복지법 제17조 2항(아동에 대한 음란 행위 등) 같은 법조항을 적용받는다. 이 법을 적용받은 디지털성범죄자 중 집행유예를 받은 비율은 51.9%였다. 실형은 37.7%. 평균 형량은 징역 24.6개월에 불과했다. 아청법 제11조를 위반하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지만 사법부의 처벌은 훨씬 못 미친다. 2018년 ㄱ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가 유죄가 확정된 성범죄자(102명)의 48.8%가 ㄱ씨처럼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평균 징역 형량은 31.2개월로 법정형 하한(5년)의 절반에 그친다.(2020년 5월 형사정책연구원 이슈페이퍼 특별호)

디지털성범죄자에 대한 형량이 낮은 이유를 보고서는 성적 영상물을 촬영·제작한 주된 범죄 행위에 아청법보다 상대적으로 법정형이 낮은 아동복지법(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법조항을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법원에서 작량감경으로 법정형을 낮춰서라고 했다. 보고서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집행유예 비율이 높은 점을 감안해, 위반 행위 유형별로 세부적인 집행유예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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