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이혼한 뒤 아이 양육권을 갖고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살고 싶다.”
한국인 남편 김아무개(36)씨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한 베트남 이주여성 ㄱ(30)씨가 말했다.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경찰이 남편을 구속하자, 한국 주재 베트남대사관 관계자가 ㄱ씨를 찾았다. ㄱ씨는 대사관 관계자에게 “아이의 미래를 위해 남편과 함께 살려고 한국에 왔는데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며 “힘든 이 시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베트남에 있는) 엄마를 한국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ㄱ씨는 3년 전 한국에서 만난 김씨의 아이를 임신한 뒤 베트남으로 돌아가 아들을 출산했다. 출산 소식을 들은 김씨는 지난 4월 베트남으로 가 친자임을 확인한 뒤 ㄱ씨, 아들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혼인신고를 하고 6월16일부터 전남 영암군 다세대주택에서 함께 살았지만 김씨의 폭력성이 드러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ㄱ씨와 함께 살기 시작한 지 9일째되던 6월25일, 부모님 집에 다녀오면서 “(평소)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쓴다”며 ㄱ씨를 폭행했다. 김씨는 4월 베트남에 갔을 때도 아내를 때렸다고 경찰 조사에서 털어놨다.
7월4일 밤 9시, 다시 폭행이 시작됐다. 김씨의 폭행을 견디지 못한 ㄱ씨는 거실 탁자 위 기저귀 가방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올려놓고 영상을 찍었다. 20분 길이의 영상에는 폭행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김씨는 3시간 동안 ㄱ씨를 주먹과 발, 소주병으로 마구 때렸다. 두 살배기 아들이 ㄱ씨 품에 안겨 우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ㄱ씨는 이튿날 영상을 지인에게 보냈고, 지인은 경찰에 신고한 뒤 SNS에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페이스북과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공유됐고,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영상을 확인한 경찰은 7월6일 오후 김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한 뒤 “도주 우려가 있고 보복폭행 가능성이 있다”며 특수상해와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4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은 ㄱ씨는 아들과 함께 쉼터에서 지내고 있다.
SNS와 영상에서 확인한 결혼이주 여성 ㄱ씨의 삶은 참혹했지만 한국 사회에는 무수히 많은 ㄱ씨가 가정폭력의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결혼이주 여성에게 설문한 결과를 토대로 발표한 ‘결혼이주 여성 체류 실태’를 보면, 조사 대상 920명 중 390명(42.4%)이 베트남 출신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387명(42.1%)이 “가정폭력을 경험했다”고 했다. 폭력 피해 유형(복수 응답)을 보면, 314명(81.1%)이 “심리·언어적 학대”에 시달렸고, 263명(67.9%)은 “성행위 강요나 성적인 학대”를 당했다. “흉기로 위협당했다”는 응답도 77명(19.9%)에 이르렀다. 결혼이주 여성이 국적을 취득할 때 한국인 배우자가 전적인 권력을 행사하도록 한 법 조항이 부부간 예속 관계를 더욱 강화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결혼이주 여성이 비자를 연장하고 영주권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한국인 남편의 ‘신원보증’이 절대적인 것이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블라블라
미러링 사회사
그러니 일본인 사이에만 맥락이 이해되는 ‘국내용’ 보도인 것은 아닐까. ‘사린 가스’는 일본의 공통된 공포의 근저를 건드리는 말이어서다. 사린이 이번에 처음 ‘공포용’으로 등장한 것이 아니다. 1995년 도쿄 지하철에 ‘사린’ 가스 유포 사건을 일으켰던 13명에게 지난해 사형이 집행됐다. 사형 집행 전 일본 지하철 사린 피해자 가족은 “범죄자들이 자신이 지은 죄를 반성하고 있다. 사형만은 면하게 해달라”는 피해구제를 신청했고, 법률학자들도 “범죄자 연구 입장에서 사이비 종교를 연구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사건으로 13명의 사형을 집행한 것은 1950년대 이전, 군국주의 시대 이전에도 드물었던 일이라고 한다.
사건은 다 알다시피, 1995년 사이비 종교단체 옴진리교가 지하철에 사린 가스를 풀어 13명이 숨지고 6200여 명이 다친 일이다. 지하철 테러 뒤 일본 경찰 당국은 재빠르게 수사해 열흘 만에 옴진리교의 소행임을 결론지으면서 한 해 전 8명이 죽은 마쓰모토시의 사린 살포 사건 역시 이들의 소행임을 밝혔다. 변호사 일가 살해, 남성 신자 살해, 저널리스트 공격 등도 알려졌다. 는 이 테러를 ‘일본 현대사의 전환점’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이들도 이 사건이 무의식적 공포를 형성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nhk></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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