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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일하러 간 곳이 반도체 공장이었다니…”

3월4일 14명 집단 산재 신청… 3월6일에는 황유미씨 12주기 추모 문화제 열려
등록 2019-03-13 07:47 수정 2020-05-02 19:29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와 이들을 대리하는 노무사들이 3월4일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빠른 산업재해 인정을 촉구하고 있다.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와 이들을 대리하는 노무사들이 3월4일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빠른 산업재해 인정을 촉구하고 있다.

‘반올림 시즌2’가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은 3월4일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 14명을 대리해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 협력업체 등에서 일하다 폐암, 만성피부질환, 신장암, 루푸스, 골육종, 유방암 등에 걸린 이들이다.

협력업체에서 백혈병 걸린 노동자

산재 신청자 14명 중 상당수는 2018년 11월 발표된 삼성전자-반올림 중재안의 보상 범위 바깥에 있다. 은 2018년 11월1일부터 2019년 2월13일까지 반올림에 들어온 신규 제보 220건을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이 중재안 보상 범위 바깥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최근 보도했다(제1252호 표지이야기 ‘반올림 시즌2’). 질병 종류와 사업장, 진단 시기 등이 보상 범위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이번 산재 신청은 2007년 11월20일 반올림 결성 뒤 14번째 집단 산재 신청이다. 그동안 반올림에 연락해온 전자산업 노동자 직업병 제보자는 616명이고, 산재 신청자는 137명에 이른다. 이 중 산재가 인정된 사람은 근로복지공단 인정 25명, 법원 인정 18명 등 총 43명이다. 이 중 40명은 반올림 또는 반올림과 연대하는 노무사들이 대리했다.

산재 신청자 중 일부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했다.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IMS에서 가스감지기 설치 등의 일을 하다 급성골수성백혈병에 걸려 2018년 10월5일 사망한 고 임한결(29)씨의 어머니 유정옥씨는 “아들이 일하러 나갔던 장소가 반도체 공장이었단 사실에 마음이 아리다”고 했다.

이종란 반올림 활동가는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고용노동부는 산재 판단에 부적절한 과거의 잣대를 계속 들이대고 있다”며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철회하고, 대법원 판례 법리에 따라 신속하게 산재를 인정하길 촉구한다”고 발언했다.

반올림은 중재안 발표 뒤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하며 새로운 싸움을 준비해왔다. 3월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황유미 12주기 및 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문화제’는 시즌1이 끝나고 시즌2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행사였다.

“반올림 시즌2 응원해달라”

추모제에는 극한 노동환경 탓에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들(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고 이한빛 아버지 이용관 등), 중재안을 만드는 데 기여한 조정위원들(김지형·백도명·정강자), 영화 (2014)의 배우 박철민, 박희정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반올림 활동가들은 지난해 극적으로 중재안이 타결될 때까지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식사를 대접한 뒤 추모 발언·음악 공연 등을 했다. 활동가들은 무대에 올라서서 “아직 갈 길이 멀다. 더 많은 질병, 더 많은 기업으로 보상이 확대되도록 노력하겠다. 반올림 시즌2를 응원해달라”고 했다.

글·사진 변지민 기자 dr@hani.co.kr*전자산업 분야 직업병 피해와 관련해 제보하실 분은 반올림(전화 02-3496-5067, 전자우편 sharps@hanmail.net)이나 (전자우편 dr@hani.co.kr, 텔레그램 @tea343)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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