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희정 대중문화 평론가가 강의하고 있다.
2017년 대한민국의 정치적 열정과 태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는 음모론이다. 음모론은 고통을 설명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 고통이 해결되지 않았다. 이걸 해결해야 하는 정치는 ‘이명박근혜’라는 완전히 실패한 구멍에 빠져버렸다. 그렇다면 당면한 고통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중세처럼 종교가 고통을 설명할 수 없고, 독일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뒤 이데올로기도 고통을 설명할 수 없다. 음모론이 득세하는 지점이다.
2000년대 중·후반 한국 사회의 감정 상태를 상징하는 한국 영화의 한 장면이 있다. 2003년 개봉한 의 명장면. 경찰(송강호, 김상경)이 그토록 잡고 싶어 했던 용의자(박해일)가 깜깜한 터널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진실은 저 터널 안쪽으로. 그렇게 놓친 진실이 지금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이나 블랙리스트 같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등 검사 영화의 서사 구조는 대개 비슷하다. 권력을 가진 남성-이너서클(내부자들) 안에 거대한 음모가 있고, 정의 구현과 복수를 위해 그 음모를 파헤칠 수 있는 것은 ‘흙수저’ 출신 검사라는 상상력이 전부다. 여기에 ‘흙수저 검사’를 대체하는 짝패는 경찰이다. 힘도 없고 가진 것도 없지만, 정의로움과 당당함과 남성다움을 가진 경찰이 권력의 음모를 파헤치기도 한다. 영화 의 황정민, 의 마동석이다. 의 조승우는 경찰이었다가 검찰이 된 인물이다.
시민검사, 시민경찰 연대를 상상하는 과정에서 여성은 없다. 내부자들도 정확히 남성-동성사회적 내부다. 이 안에 여성의 역할은 서로 주고받는 선물이거나, 흠집을 내기 위해 갖고 있는 히든카드이거나 승진을 위한 사다리다.
질문해볼 것은 검사 영화의 욕망이 정말로 흙수저/시민의 복수와 정의 구현에 있느냐다. 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백윤식·이경영 등 권력자들이 은밀한 고급 술집에서 여성의 몸덩어리를 옆에 두고 술을 먹는 장면이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봤을 때 내부자들이 응징되는 것에만 즐거움을 느꼈을까. 관음증과 함께 내부자들이 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진 않았을까. 검사 영화가 남긴 유행어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류승범 대사), “어이가 없네”( 유아인 대사)는 모두 권력자들의 것이었다.
하나 더, 영하 에서 조승우가 연기한 캐릭터에겐 어머니가 없다. 한국 사회는 외환위기 뒤 경제난을 ‘아버지의 위기’로 치환해버렸다. 그 과정에서 해고되고 비정규직이 된 여성의 고통은 지워졌다. 아버지의 기를 세워주고 아버지가 재난을 극복하게 해줄 거라는 상상력 안에서 엄마 없는 가족 이야기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들 끝에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영화는, 여성은 시체로만 등장하는
글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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