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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나를 미워하는가

홍성수 교수가 말하는 지구화 시대의 비국민 혐오 메커니즘
등록 2017-11-29 18:24 수정 2020-05-02 19:28
홍성수 교수가 ‘지구화 시대의 비국민 혐오’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홍성수 교수가 ‘지구화 시대의 비국민 혐오’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혐오가 넘쳐나는 시대다. 영국에선 지난해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선택한 국민투표 이후 이주민을 겨냥한 인종차별적 혐오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에선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뒤 인종차별이 심해졌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에는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표현이 자주 나온다.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이주민을 희화화, 범죄자로 대상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뿌리는 좌절과 분노

혐오 문제가 한국 사회의 공론장에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초 반(反)다문화 커뮤니티가 많이 생겨나면서다. 이주민을 잠재적 범죄자이자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로 몰아가는 ‘혐오표현’이 이때부터 나왔다. 더불어 2010년께 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혐오표현이 이슈화됐다. 2016년에는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하던 여성혐오의 논의가 활발해졌다.

혐오의 탄생과 성장의 배경에는 저성장과 양극화에 대한 한국 사회의 좌절과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 분노의 화살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을 향하게 마련이다. 이들은 주로 공격에 노출되기 쉬운 사회적 소수자다. 사회적 소수자는 성별이나 인종, 민족, 성적 지향, 출신 지역, 종교, 장애 등 특정 정체성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집단을 뜻한다.

혐오표현은 크게 네 가지로 나타난다. 차별적 괴롭힘, 편견 조장, 멸시, 증오 선동이다. 이 중 차별적 괴롭힘이란 고용·서비스·교육 영역에서 소수자에게 수치심, 모욕감, 두려움 등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학교나 직장에서 이뤄지는 성차별적 게시물 공유, 인종차별적 농담, 성적 비하 발언 등이 해당한다. 미국 등 차별금지법이 있는 곳에서는 이를 규제하고 있다.

혐오표현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고 나아가 한 사람의 삶을 파괴할 수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6년 온라인 혐오표현의 영향 조사를 보면, 피해를 입은 소수자 집단은 낙인과 편견으로 일과 학업 등 일상생활에서 배제돼 소외감과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트레스,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은 이들의 비율은 장애인 56.3%, 이주민 42.6%, 성소수자 43.3%였다.

그들을 코너로 몰자

그렇다면 혐오에 맞서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혐오표현을 하는 사람들을 코너로 모는 전략이 필요하다. 혐오에 맞서려는 사람들이 연대해야 한다. ‘폭력과 차별을 끝내기 위한 투쟁은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것이다’라는 마음으로 모일 때 한 사회에서 혐오를 몰아낼 수 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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