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편집장 고경태 k21@hani.co.kr
베트남에서 숙변을 해결했습니다,
라고 말한다면 실례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기대감을 안고 호찌민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건 사실입니다. 지난주 토요일 새벽까지 600호 기념호 마감을 마친 뒤, 집에서 2시간을 자고 곧바로 공항에 나갔습니다. 그래도 쌩쌩했던 건 아마 그 ‘오래 묵은 볼일’에 대한 설렘 때문이었나 봅니다.
<한겨레21>은 그동안 베트남 중부지방에서 여러 일들을 벌였습니다. 독자 성금으로 ‘한-베 평화공원’을 세웠고, 공원 안에 생명의 솟대를 조각했습니다. 2003년 1월의 일입니다. 이듬해엔 그곳의 해변에서 한국과 베트남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 ‘평화마라톤 대회’도 모의했습니다. 성사 일보 직전까지 갔으나 동남아에 창궐한 조류독감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러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기획한 게 있습니다. 바로 한국과 베트남의 화가들이 공동으로 벽화를 설치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베트남전 종전 30돌인 2005년 4월에 맞춰 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어영부영하다 1년을 흘려보냈습니다. 2006년으로 연기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외국에서 진행하는 일이었고, 베트남의 느려터진 관료주의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일이 되려니, 순식간에 되고 마는군요. 저는 이번에 현지에서 벽화 제막식을 하고 돌아왔습니다(74쪽 참조). 기획에 참여했던 저로서는 ‘묵은 똥’이었습니다.
<한겨레21>이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을 집중 보도한 것은 6~7년 전입니다. 그때부터 이 문제를 전담했던지라 ‘베트남’을 입에 올리는 게 지겨울 정도입니다. 입버릇처럼 “그만해야지, 그만해야지” 했던 게 몇 년째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웬만큼 잠잠해진 이슈라는 판단이 들었던 탓입니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이번 베트남 방문길에 의외의 뉴스를 들었습니다. 한국 시민사회의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한국군 파병 지역인 베트남 중부지방을 찾는 기행단의 행렬이 그걸 확인해줍니다. 올해 벌써 한살림, 언니네네트워크, 엔지오활동가대표단이 그곳을 밟았습니다.
일본 소설을 읽다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일본이 우리보다 뭐든지 10여 년 빠르다는 겁니다. 가령 제가 89년에 처음 써본 워드프로세서가 80년대 초반의 생활 풍경 묘사에 등장합니다. 베트남 문제도 여기에 대입해보는 게 가능합니다. 일본 시민사회가 위안부 문제를 주목하면서 나눔의 집 등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한 지 10년은 된 듯합니다. 한국인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베트남 전쟁의 흔적을 찾고 있습니다.
이번호 표지의 무대는 베트남을 포함한 범아시아입니다. 사실 <한겨레21>의 관심은 베트남에만 고정돼 있지 않습니다. 한국 언론 중에서 <한겨레21>만큼 버마의 현실과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진실에 매달린 매체가 없다고 자신합니다. 아체나 동티모르는 또 어떻습니까. ‘아시아’하면 <한겨레21>입니다. 이번호 표지는 그 결정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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