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한겨레21 편집장 k21@hani.co.kr
화를 버럭 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니퍼 맘대로, 아니 <한겨레21> 맘대로 표지사진을 합성해보았습니다. 서너 가지 종류로 모양을 만들어 출력한 뒤, 그중 하나를 골랐습니다. 막판에 표지로 간택되지는 못했지만, 그 과정은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자다가도 그 사진이 떠오르면 바보처럼 혼자 키득거렸습니다. 당사자인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께는 미안하지만.
심심해서 장난을 친 건 아닙니다. <한겨레21>은 노무현과 유시민의 얼굴 합성 사진이 지난 1월2일 개각으로 촉발된 ‘유시민 사태’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번호 표지이야기의 메시지는 백 마디 문장의 기사보다 오히려 한 장의 비주얼로 쉽게 설명됩니다. 노무현 같은 유시민, 유시민 같은 노무현. 그리하여 노시민!
이 대목에서 노무현과 유시민이 함께 등장하는 유머 한 자락을 소개하겠습니다. 야당의 최고위원 한 명도 우정출연합니다. 얼마 전 지인에게 들은, 내기골프를 할 때 상대를 교란하는 방법에 관해서입니다. 다시 말해, 상대의 ‘골을 질러’ 정신적인 평정 상태를 깨뜨린 뒤 엉뚱한 샷을 유도해 돈을 따는 전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자연스럽게 정치 이야기를 시작한 뒤 결정적인 순간에 다음과 같은 멘트를 날리면 70% 정도는 바르르 떨다 헛스윙을 한다고 합니다. “노무현이 대통령 되고 나서 나라가 참으로 발전했지요?” 이게 안 되면 더 센 강도로 약을 올리면 됩니다. “다음 대통령은 유시민이 유력하다면서요?” 남아 있는 30% 중 20%가 무너진답니다. 그래도 끝까지 버티는 10%를 위해 준비된 마지막 멘트. “다음 한나라당 대표는 원희룡이 맡는다면서요?” 이런 이야기에 동요하기 쉬운 분들은, 농담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나라의 정체성을 잘 지켜야 하겠습니다.
“인간은 못 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자.”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에 나오는 명대사입니다. 저는 유시민 내정자가 새해에 그렇게 다짐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 너무나 ‘괴물’ 취급을 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적대적인 이들은 그를 ‘싸가지 없는 괴물’이라고 손가락질합니다. 좋게 표현해주면 ‘똑똑한 괴물’입니다. 그가 진짜로 ‘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거물’로 커가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다음 대통령은 유시민이 유력하다”는 농담은 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다음 대선후보로 유시민이 거론된다”는 건 결코 뻥이 아닙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유시민 내정자의 지역구에 살고 있습니다. 두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그를 찍을지 말지 고민했습니다. 2주 전엔 후배기자들 몇 명과 함께 그를 만날 기회도 있었습니다. 간단한 점심식사 자리였습니다. ‘보건복지부 장관 기용설’이 솔솔 흘러나오던 때였습니다. 그의 말은 역시 거침이 없었습니다. 여러 정치 현안과 더불어 황우석 줄기세포에 대한 말들이 오고 갔습니다. 그의 지식은 충분히 전문적이었고, 논리는 명쾌했습니다. 머리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그날 그의 의견에 얼마나 공감했냐고 묻는다면 ‘50%’라고 답하겠습니다. 제 무지 탓도 있겠지만, 황우석 교수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은 듣기 민망했습니다. ‘확신 만빵’이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가 더 설득력 있는 정치인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대답하라고 악쓴 윤석열…총 쏴서라도 끌어낼 수 있나? 어? 어?”
[단독] 검, 여인형 휴대폰서 “ㅈㅌㅅㅂ 4인은 각오” “최재영” 메모 확보
[단독] 여인형, 계엄해제 전 “자료 잘 지우라”…불법인지 정황
15억 인조잔디 5분 만에 쑥대밭 만든 드리프트…돈은 준비됐겠지
‘윤체이탈’ 윤석열…“살인 미수로 끝나면 아무 일 없었던 게 되냐”
15억 인조잔디 ‘쑥대밭 드리프트’ 범인은…학교 찾은 졸업생
중국의 보복관세는 왜 하필 석유·석탄일까
‘내란 가담’ 의혹 박현수, 서울청장 유력…윤 정부서만 3계급 승진
윤석열, 의원 아닌 “간첩 싹 잡아들이라 한 것” 누가 믿겠나
“급한 일 해결” 이진숙, 방송장악 재개?…MBC 등 재허가 앞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