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한겨레21 편집장 k21@hani.co.kr
오늘도 저는 사약을 마십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마시고, 완성한 뒤 또 마십니다. 사약은 쓰지도 않습니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오묘한 맛입니다. 마시고 나서 발작을 일으키지도 않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그 사약을 복용했습니다. 사약인 줄도 몰랐습니다. 최근에 새삼스레 알았습니다. 너무 극단적으로 표현해 죄송합니다. 그 주인공은 커피입니다(그러고 보니 색깔이 비슷하네요).

저는 설탕과 프림이 듬뿍 들어간 커피믹스를 사랑합니다. 자판기 커피도 좋아합니다. 출근해서 한잔, 점심 먹고 한잔, 심심하면 또 한잔, 손님이 찾아오면 또또 한잔, 아이디어를 짜낸다는 핑계로 또또또 한잔…. 하루에 대여섯잔을 마시면 저녁엔 입 안이 뻐근합니다. 그래도 다음날 깨자마자 입이 근질근질해집니다. 그 자극성과 중독성에 관해선, 설탕 없는 원두커피가 명함을 내밀 수 없습니다. 10년 전엔 과감히 끊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몇년이 흐르다 포기했습니다. 제 간사한 미각은 그 치명적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습니다.
이른바 ‘밀크커피’를 사약에 비유하는 것은 무리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얼마 전 책 한권을 읽으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과자에 얽힌 저자 안병수씨의 기구한 사연과 함께 그 성분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왜 가공식품더러 나쁘다고 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됩니다. 그중 제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대목은 ‘설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과자야 어차피 몸에 안 좋다고 여기면서도 먹지만, 설탕은 그런대로 순수하게 알았던 무지 탓입니다. 그에 따르면 설탕을 만드는 현장에서 사탕수수의 천연소재는 90%가 날아갑니다. 하등 쓸모가 없는 10%의 자당(蔗糖)만이 남는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설탕이란 인체의 혈당관리 시스템을 교란하는, 백해무익한 칼로리 덩어리로 그려집니다. “설탕을 먹는 건 자살행위와 다를 바 없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고 합니다. 충격이었습니다, 설탕으로 범벅된 커피를 매일 물처럼 마시는 일상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호 표지이야기엔 그 책의 저자 안병수씨가 등장합니다. 그는 과자를 독약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아이들은 그 독약에서 쾌락을 느낍니다. 그걸 뜯어말리는 일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저는 요즘 우리 집 가훈을 “과자를 먹지 말자”로 정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래봤자 쉽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과자를 먹는 일은 가족의 문제를 떠났습니다. 집을 나서면 과자들은 천지에 깔려 있습니다.
갑자기 생태주의자로 다 함께 돌변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100% 몸에 좋은 것만 입에 대며 사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단, 생각을 하면서 먹고 마시는 건 꼭 필요해 보입니다. 저는 아침마다 사약을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이들에게도 달콤한 독약에 관해 잔소리를 할 겁니다. 하지만 시건방진 제 아들은 벌써 이런 반응을 보입니다. “쯧쯧, 아빠나 잘하셔. 술이나 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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