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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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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용될지도 몰라요~

등록 2005-08-12 00:00 수정 2020-05-03 04:24

▣ 고경태 / 한겨레21 편집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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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십니까?
이번호 표지 제목을 보고 일부 독자들은 맥락 없이 환호성을 지를지도 모릅니다. “옳소!” 그분들을 다소 원색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은 ‘우익 마초’입니다. 이 기획이 진행되는 동안 그런 근심을 한 이들이 내부에도 많았습니다. 여성을 습관적으로 깔보는 이들의 편을 들어주는 듯해 정서적으로 불쾌하다는 겁니다. 군 가산점 논쟁 때 여성 사이트에 벌떼처럼 몰려들어 “너네들도 군대 가라”며 훼방을 놓던 이들이 기가 팍팍 살아날 수 있으니까요. 남녀의 공동 국방의무 문제는 군 개혁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사안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제가 잘 아는 어느 현대사 전공 학자도 이 표지이야기가 준비된다는 말을 전해듣고 우려 섞인 충고를 해주었습니다. “그동안 <한겨레21>이 보여준 어젠다 세팅 능력에 먹칠을 하지 않을까”하는….

그럴 수 있겠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지난해 가을의 일입니다. 노르웨이의 대체복무 시스템을 취재해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기사의 제목은 이랬습니다. “여성도 대체복무에 동참하라.” 노르웨이의 대체복무제는 선진적입니다. 그곳에서 혜택을 누리는 젊은 남성들조차 불공평하다며 불만을 토로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기사에 남성우월주의자를 자처하는 분들이 무척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입니다.

누군가 생뚱맞은 박수를 쳐주는 게 달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상상력에 빗장을 걸 수는 없습니다. 여성의 군복무에 대한 <한겨레21>의 문제제기가, 철학 없는 감정적 주장들에 부화뇌동할 리는 없습니다. 기자들이 더위를 먹지 않았다면.

또 불편하십니까?

강정구 교수는 문제적 인물입니다. 그가 했다는 발언이 비난의 표적에 올랐습니다. “한국전쟁은 통일내전”이라는 식의 이야기들입니다. 신승근 기자가 그를 만나 좀더 자세히 들었습니다. 하지만 짜증을 내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가 진보세력의 대표인 양 비치는 게 못마땅하기 때문입니다. 그를 뉴스의 주인공으로 띄워줄수록, 오히려 수구세력의 입지만 키워주는 결과를 낳는다고 합니다. 그럴까요? 보수언론이 융단폭격을 하듯 강 교수에게 과격하고 생각 없는 이미지를 꾸며놓은 것은 아닐까요. 그의 주장은 정말 이성적으로 논쟁할 만한 가치가 전혀 없습니까? 오직 ‘남침론’만이 한국전쟁의 기원에 대한 움직일 수 없는 학설이라고 우기는 것이야야말로 황당합니다. 강 교수가 맞든 틀리든, 말하고 토론할 자유는 줘야 합니다.

또또 불편하십니까?

개고기 때문에 말입니다. 언제부턴가 대다수 한국인들은 “개고기를 먹지 말라”는 주장에 의심 없이 코웃음을 쳤습니다. 서구인들이 그런 말을 할 땐 더욱 그랬습니다. 그렇다면 개고기를 먹는 게 옳습니까? 개고기와 식탁의 윤리를 연결짓는 건 뜬금없습니까? 개고기를 다르게 보는 특집기사가 브리지트 바르도에게 악용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아무래도 <한겨레21> 이번호는 누군가에게 악용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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