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주요 강들의 생태계 복원과 수질 개선을 위한 하굿둑 개방 노력엔 의미 있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낙동강 하굿둑을 개방하는 과정에서 환경단체-지방정부-중앙정부가 정당과 관계없이 서로 협력하는 협치(거버넌스)의 의사 결정 체계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낙동강과 금강, 영산강 등 3대 하굿둑 지역의 환경단체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이 사업을 함께 추진했다는 점이다. 이 사업을 가장 먼저 추진한 지역은 2007년 부산시였다. 그러나 이들 세 지역이 협력해 함께 하굿둑을 개방하자고 처음 제안한 것은 금강 하굿둑이 있는 충남 서천군이다.
2012년 3월 서천군의 제안에 따라 낙동강과 금강, 영산강의 시민단체들과 지방정부들은 충남과 전남, 부산을 오가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해 4월 전남에선 3개 지역의 연대단체인 ‘3대강 해수유통추진협의회’가 구성됐다. 이 협의회는 그해 8월 국회에서 전국 대토론회를 열었고,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3대강 하굿둑 개방을 공약 의제로 제시했다.
2012년 당시 가장 적극적으로 협력을 추진했던 서천군은 그로부터 3년 전인 2009년 당시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이미 금강 하굿둑 철거와 해수 유통을 건의했다. 이 건의에 따라 2010~2011년 국토해양부는 ‘금강 하구역 생태계 조사 및 관리 체계 구축 연구’를 시행했다.
이렇게 먼저 치고 나간 금강 하굿둑 개방은 두 가지 중대한 걸림돌을 만났다. 하나는 2011년 나온 국토해양부의 보고서가 하굿둑 개방에 부정적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당시 이 보고서는 취수원 이전 등에 4888억~2조4196억원이 드는 점, 국내의 다른 하굿둑에서 개방 사례가 없는 점,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수질 개선 사업이 포함된 점 등을 들어 이 사업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또 다른 걸림돌은 전북 지역의 반대였다. 한국 최대 농업지역인 전북은 금강의 물 사용량이 충남보다 4배 이상 많았다. 따라서 하굿둑을 개방해 바닷물이 올라오면 농업용수 공급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전북도와 군산시가 모두 반대 의견을 냈고, 충남도나 서천군과의 협의 자체를 거부했다. 금강 하굿둑은 1990년 완공됐으며 길이 1127m, 수문 20개, 갑문 2개, 어도 1개 등으로 이뤄져 있다.
금강 하굿둑 개방은 전북도와 군산시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추진이 쉽지 않다. 김억수 금강하구자연성회복추진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전북도와 전북 농민들이 반대하지만, 군산시는 강한 반대 의견도 아니다. 전북도가 우려하는 물 공급은 취수장과 양수장을 좀더 상류로 옮기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역대 정부가 물 공급 문제 해결에 소극적 태도를 취하면서 어려움에 빠졌다”고 말했다. 전북 쪽에서 금강하구자연성회복추진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을 지낸 한승우 전주시 의원은 “전북도가 강하게 반대해서 서천군 쪽과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농민이나 어민 중 개방에 찬성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제 금강 하구 생태계 복원에 찬성하는 시민단체나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중앙정부를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산강 하굿둑은 3대강 하굿둑 가운데 가장 이른 1981년 완공됐다. 총길이는 4351m이고 8개 수문이 설치돼 있다. 하굿둑 건설에 따라 전남 무안군과 영암군 일대에 32.5㎢의 간척지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하굿둑 건설 뒤 상류의 수질이 급속히 나빠져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낙동강 하굿둑 개방 운동이 시작된 2007년 직후인 2008~2009년 영산강 하굿둑 개방 운동도 시작됐다. 먼저 환경단체에서 해수 유통을 요구했고 농민과 어민들은 수질 등을 우려하며 반대했다. 그러나 전남도는 오랫동안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사이 낙동강 하굿둑 개방은 부산시장과 대통령의 동의를 얻어내 2017년 ‘국정 과제’로 결정되면서 추진됐다.
영산강 하굿둑 개방 제안의 특별한 점은 수문 개방이 아니라 터널 개방 방식이라는 점이다. 하굿둑 아래에 5개 정도 터널을 뚫어 저층수를 유통하는 방안이다. 낙동강이나 금강, 한강은 모두 수문을 개방해 바닷물을 유입하려는 계획이다. 영산강이 이렇게 터널 방식을 선택한 것은 하굿둑 바로 위에 쌓인 오염물을 더 효율적으로 배출하려는 취지다.
전승수 전남대 명예교수(전 생태지평연구소 소장)는 “터널 방식은 네덜란드에서 쓴 것인데, 더 새롭고 정밀한 방식이다. 이 방식을 도입하면 오염된 퇴적물이 하구 주변 양식장을 해치지 않도록 긴 기간에 걸쳐 조금씩 배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송춘 목포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영산강 하굿둑 개방은 낙동강과 비슷한 시기에 논의를 시작했는데 낙동강은 이미 정식 개방을 시작했다. 영산강 쪽은 지방정부가 관심이 없고 시민단체들도 힘을 내지 못했다. 2024년 여름에는 3대강의 하구 문제를 다루는 전국 토론회를 다시 열어서 활동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하굿둑과 비슷한 한강 신곡보를 개방하려는 활동도 오랫동안 지속돼왔다. 서 울환경운동연합은 2009년부터 신곡보를 개방, 철거하자고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제안했고, 2011년 박원순 후보가 이를 수용했다. 당선된 박원순 시장은 이와 관련해 2015년과 2019년 두 차례 연구 결과를 내놨고, 서울시는 이를 바탕으로 2018년과 2020년 신곡보 개방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신곡보 개방에 따른 시설 개선 비용 등 문제로 미루다가 결국 박 시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중단됐다. 신곡보는 1988년 2차 한강종합개발 사업으로 만들어졌으며 길이 1007m, 높이 2.4m, 수문 5개다.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서 하굿둑 개방이나 신곡보 개방을 이뤄내긴 어려워 보인다. 현실적인 목표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현재 하천에서 무분별한 준설이 이뤄지고 있으니 이런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굿둑 개방을 위한 협력은 국제적으로도 이뤄져왔다. 낙동강 하굿둑을 개방하려는 부산시와 나가라강 하굿둑을 개방하려는 일본 아이치현의 협력이 대표적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하굿둑 개방을 선언한 즈음인 2015년부터 부산의 환경단체들과 공무원들은 아이치현을 찾아가 나가라강의 사례를 살펴봤다. 당시엔 아이치현이 좀더 앞서 있었다. 예를 들어 나가라강은 하굿둑 주변에 실시간 염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당시 나가라강을 다녀온 부산의 환경운동가들과 공무원들은 즉시 이 시스템을 채택했다.
그 뒤로 부산시와 꾸준히 교류해오던 아이치현은 2024년 3 월 8~10 일 부산의 환경운동가와 공무원들을 공식 초청했다 . 2019 년부터 하굿둑 개방을 실험한 뒤 2022 년 정식 개방한 낙동강의 사례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 애초엔 일본이 여러 측면에서 앞서 있었으나 , 2015~2017 년 지방 · 중앙 정부가 환경단체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한·일의 진도가 역전됐다 .
이번에 초대받고 나가라강을 방문한 최대현 낙동강하구기수생태계복원협의회 사무처장은 “아이치현 쪽에선 어떻게 시민단체와 부산시, 수자원공사, 환경부가 협력했는지 가장 궁금해했다. 또 농민이나 어민들의 반대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주변 지역과의 이견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해했다. 앞으로도 계속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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