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자조작이나 품종개량을 하지 않은 ‘에어룸 토마토’를 샀다. 택배상자를 뜯어 알록달록한 토마토를 나무 도마 위에 가득 올려놓으니 매끈한 보석처럼 보인다.
깊은 주름이 있어 울퉁불퉁한 퍼플칼라바시, 초록색 수직 무늬가 애호박 껍질을 닮은 그린지브라, 짙은 색의 방울토마토인 퍼플슈가, 황금빛을 띠는 골든주빌리, 노오랗고 길쭉한 바나나레그….
각각의 맛을 살리고 싶어 토마토를 잘라 넣은 오일파스타를 만들기로 했다. 갈아서 소스로 만들기엔 열매 하나하나가 귀하게 느껴졌다. 모두가 비슷하게 생긴 빨간 토마토를 블렌더로 으깰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다.
토마토 종류는 2만5천 가지가 넘는다. 그만큼 색도 모양도 가지각색이지만, 생산성이 좋고 유통하기 쉽게 개량된 소수의 토마토만 길러지고 팔린다. 어느 마트를 가도 같은 모양의 토마토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어느 도시를 가도 비슷한 간판과 자동차를 마주하게 되는 것 같아 서늘해졌다. 다양성은 시장논리에 패배했다. 획일화된 ‘상품’만 살아남아 유통된다. 생물은 무생물처럼 복제되고 무생물은 생물처럼 번식한다.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 다양한 생물종이 필수적이듯 건강한 시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상품이 필수적임에도, 우리는 스타벅스 음료를 마시며 아이폰을 쓰고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채로 빨갛고 동그란 토마토를 먹는다.
지글지글 마늘이 튀겨지는 올리브오일에 삶은 스파게티면을 잘라둔 에어룸 토마토와 함께 넣고 볶는다. 싱그러운 토마토 향이 가득한 토마토 알리오 올리오! 적절한 산미와 과일 향, 새콤한 맛이 여러 색깔처럼 어우러진다. 한입 먹을 때마다 다시금 배운다. 다양함은 건강함이고 아름다움이다.
매일 똑같은 것만 먹으면 병이 난다. 매일 똑같은 것을 보고, 말하고, 느껴도 병이 날 것이다. 그래서 세대가 지날수록 사라져가는 사투리가 아쉽고, 프랜차이즈에 밀려나며 사라지는 풍경이 아쉽고, 인공물에 갇혀 비슷한 하루를 반복하는 게 아쉽다. 표준화되고 획일화되는 고유한 모든 것이 아쉽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아 온갖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바닷가 마을, 부모님 댁 근처에 신라호텔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국이 가득 핀 마당에 앉아 이곳도 발전할 거라 기뻐하는 어머니 앞에서 적절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거대한 자본이 자신의 복제품을 퍼트리며 다양성을 파괴하는 모습을 폭력이 아닌 편리로 받아들이고 반가워하는 이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30보다는 40이 가까워지는 나이임에도 아직 나는 너무 덜 갈린 각면체인가.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소리를 들으며 산등성이를 넘는 작은 조각구름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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