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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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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스러운 토스트…소풍 가기 좋은 봄날의 도시락

식물도 고통 느끼니 비건들 큰일?… 육식이 채식보다 식물 더 죽인다
등록 2023-04-21 10:51 수정 2023-04-25 14:18

실내에서만 사는 식물도 계절 변화를 안다. 비슷한 온도를 유지하는 실내에서 겨울 내내 멈춰 있던 식물이 창밖의 봄을 보기라도 한 듯 부지런히 싹을 피운다. 아스파라거스는 내 키를 넘어섰고 테이블야자의 새로운 잎은 초록 날개처럼 대칭으로 펼쳐진다. 고요한 식물의 성장에서 동물 못지않은 역동적인 생명력을 본다. 눈, 코, 입도 없이 계절을 알아차리는 식물은 얼굴을 가진 동물과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같을까?

며칠 전 유튜브에서 칼을 휘두르는 식물을 봤다. 식물의 전기신호를 감지하는 로봇팔이 잎을 찢은 참가자가 입장하자 칼을 쥔 채 격하게 움직였다. 마치 자신을 공격한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가 그가 다가오지 못하게 칼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였다. 이 영상은 200만 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다른 변수를 통제한 상황에서 진행한 실험이 아니기에 정확하다고 볼 순 없지만, ‘기억’이나 ‘고통’처럼 동물만 가진다고 믿었던 특성이 식물에도 존재할 가능성을 유의미하게 보여줬다. 영상 아래에는 ‘이제 비건들 큰일 났다’는 식의 댓글이 달렸다.

‘왜 큰일이지? 비건들이 식물을 죽이자는 캠페인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더라도 육식이 채식보다 더 많은 식물을 죽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미 아마존 숲 70% 이상이 축산업으로 벌목됐다. 온실가스의 주범이기도 한 고기와 유제품은 생산되기 위해 전세계 농지의 83%를 차지하지만 18%의 칼로리밖에 제공하지 못한다. 같은 칼로리를 섭취한다고 가정했을 때, 채소를 하나도 먹지 않고 육식만 하더라도 비건보다 더 많은 식물을 해치는 셈이다. 고기 대신 제철 채소와 과일을 ‘직접’ 먹으면 동물뿐만 아니라 더 많은 식물도 살릴 수 있다. 흔히 먹는 동물성 식품을 식물성으로 바꾸는 방법으로도 가능하다. 식물성 재료만 사용한 만두나 라면, 카레 같은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우유나 버터가 들어가지 않은 비건 식빵을 조금 색다르게 먹고 싶어서 부드러운 쑥을 올려 토스트로 구웠다. 식빵 한쪽 면에 찹쌀반죽을 바르고 그 위에 잘게 자른 쑥을 붙인다. 찹쌀반죽은 찹쌀가루에 약간의 소금과 넉넉한 물을 넣고 섞어주면 된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달궈지면 쑥을 붙인 면부터 닿도록 올린다. 차사삭 기름이 튄다. 찹쌀반죽이 바삭해질 때까지 굽는다. 노릇하게 구워진 토스트 위에 후추를 뿌리면 완성이다. 기름기를 머금은 고소한 찹쌀반죽 위에 톡톡 뿌린 후추가 매콤한 감칠맛을 더한다. 식혀서 먹으면 더 맛있는데 소풍 가기 좋은 봄, 도시락 메뉴로 딱이다.

4월에 피던 벚꽃이 3월에 피었다. 매년 들쭉날쭉한 개화 시기에도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꺼번에 피고 졌다. 솜털처럼 자라난 잎이 연두색에서 초록색으로 바뀌는 중이다.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인간만이 자신이 필 때와 질 때를 알지 못하고 자극과 욕망, 번아웃과 무기력에 시달리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글·그림 초식마녀*비건 유튜버 초식마녀가 ‘남을 살리는 밥상으로 나를 살리는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4주마다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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