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방치된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2023년 3월31일 윤석열 대통령은 호남의 가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전남 순천의 주암 조절지댐을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이 발언은 4대강 보의 물을 가뭄에 활용하겠다는 보수 정부의 오랜 염원을 다시 불러냈다.
사흘 뒤인 4월3일 환경부는 광주·전남 지역의 가뭄 대책을 발표하며 “4대강 본류의 16개 보를 물그릇으로 최대한 활용해 가뭄에 도움이 되도록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보 수위 상승으로 본류와 지류의 수심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해 가뭄 대응 용수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4대강 보의 수문을 닫아 가뭄 대비 용수를 확보한다는 뜻이다.
하루 뒤인 4월4일 환경부는 개방 위주로 운영해온 4대강 보를 기상 여건이나 가뭄, 녹조 등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4대강 보의 수문을 녹조 때는 열고, 가뭄 때는 닫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4대강 보를 개방, 해체해 하천의 자연성을 회복한다는 환경부의 기존 방향과는 정반대되는 것이다.
이런 환경부의 계획엔 큰 허점이 있다. 하나는 4대강 보에 물을 가득 가둬도 가뭄 지역에서 활용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4대강의 보가 건설된 지역과 가뭄이 일어나는 지역이 서로 멀기 때문이다. 4대강 보는 통상 본류의 중하류 지역에 설치돼 있는데, 가뭄은 보통 상류나 지류에서 발생한다.
둘째로는 4대강 보에 가둔 물을 가뭄 지역에서 활용하려면 두 곳을 연결하는 도수로(물 관로)를 건설해야 한다. 그런데 도수로를 건설하는 데는 큰 비용이 드는 반면, 활용도는 매우 떨어진다. 2015~2016년 건설된 금강 백제보~보령댐 도수로의 경우, 625억원을 들였으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평가한 수익성 지수(PI)는 0.02였다. 통상 1이 넘어야 재무적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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