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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쉽게 할 수 있는 ‘반채식’

홍콩 인구 34%가 유연한 채식주의자가 된 ‘배후’ 그린먼데이, 부동산회사·보험회사가 앞장선 재사용 프로그램
등록 2021-08-06 16:14 수정 2021-08-07 10:50
그린먼데이와 세븐일레븐의 협업. 그린먼데이 제공

그린먼데이와 세븐일레븐의 협업. 그린먼데이 제공

지금까지 국내 쓰레기의 여정을 쫓아왔다. 이제 지구촌으로 눈을 넓혀보자. 2018년 세계은행 보고서를 보면, 인류의 쓰레기 배출량이 연간 20억t이 넘는다. 올림픽 경기 기준 수영장 80만 개를 채우고도 남는다. 지금 추세라면 2050년에는 34억t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재활용되는 폐기물은 전체의 16%에 그친다. 쓰레기 문제에서도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부자 나라가 더 많이 버리고 가난한 나라가 더 큰 위협에 노출된다. 독일·미국·싱가포르·오스트레일리아·인도네시아·일본·타이·터키·홍콩 9개국에 더해, 우주폐기물까지 인간의 ‘쓰레기 발자국’ 실태와 그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_편집자주

1970년 4월22일 제1회 지구의 날은 미국인 2천만 명이 환경 활동을 서약한 문화적 각성의 날로 기념된다. 이 운동의 참여자는 전세계 10억 명으로 늘었지만 기후위기는 계속 심각해진다. 홍콩 내에선 도쿄(일본), 서울(한국), 타이베이(대만)보다 최소 40% 더 많은 폐기물이 나온다. 시민들은 비닐봉지를 쓸 때마다 0.5홍콩달러(약 74원)를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폐기물 분리와 재활용 장려는 상당한 공공투자에도 차선책에 머물고 있다.

홍콩의 폐기물 재활용률은 약 30%로, 타이베이의 절반 수준이다. 설령 재활용률이 개선된다 해도 중국 본토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폐기물 수입 금지로 홍콩의 재활용 가능 폐기물 수출이 제한되면서 상당량이 이미 수용량을 넘어선 매립지로 향한다.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홍콩도 쓰레기 문제에서 더 나은 방안이 절실하다. ‘궁극의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지금까지 홍콩에서 이뤄진 지구를 위한 일들에 대한 몇 가지 생각과 관찰은 다음과 같다.

보험사 ‘부파 홍콩’의 ‘건강하게 살아요 녹색으로 살아요’ 캠페인. 부파 홍콩 제공

보험사 ‘부파 홍콩’의 ‘건강하게 살아요 녹색으로 살아요’ 캠페인. 부파 홍콩 제공

옹호를 넘어 행동으로

홍콩의 사회적기업 그린먼데이(Green Monday)와 이 단체가 추진해온 ‘식물 기반 운동’은 흥미롭다. 2012년 설립된 그린먼데이는 일주일에 한 번 고기를 먹지 않음으로써 공중보건, 동물권 보호, 식량위기, 기후변화에 얼마나 쉽게 대처할 수 있는지 대중을 교육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 운동은 곧 옹호와 행동을 묶는 융합 운동으로 성장했다.

소비자의 운동이 지속가능하도록 그린먼데이는 시장 솔루션을 마련했다. 이 운동의 선구적 발명품인 ‘옴니포크’(Omnipork·유전자변형식품(GMO)을 사용하지 않은 식물단백질 음식)와 ‘옴니포크 런천’은 육류에 대한 식물 기반 대안 식품을 제공한다. 맥도널드·세븐일레븐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옴니포크는 홍콩의 맥도널드 매장 280곳, 맥카페 122곳, 세븐일레븐 편의점 700여 곳에 진출할 수 있었다. 주요 레스토랑들에서 그린먼데이의 식음료 메뉴를 제공해 많은 사람이 어린 시절 먹던 채소 요리 등을 즐기게 됐다. 이는 유연한 반(半)채식 생활을 가능케 했다.

오늘날 홍콩 인구의 34%가 유연한 채식주의(플렉시테리언)를 실천하는데, 이는 2018년보다 44%나 급증한 수치다. 그린먼데이 제품은 중국 본토, 싱가포르, 영국을 포함한 20개국 시장에서 판매된다. 공급이 확대되고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옴니포크 가격은 돼지고기 가격과 비슷한 수준까지 낮아졌다. 이는 진입장벽을 낮춰 많은 사람이 이 운동에 동참하게 했다.

그린먼데이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그린 이벤트가 새로운 산업 규범이 될 수 있는 길을 닦았다. 홍콩 정부는 2017년부터 공식적으로 그린 이벤트 사업자를 지원하고 대규모 행사에 재사용할 수 있는 식기를 무상으로 빌려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홍콩 경마클럽 자선신탁의 후원도 비영리 환경단체인 그린어스의 쓰레기 감축 캠페인에 도움이 됐다.

보틀리스가 ‘2019 홍콩 럭비 세븐스’에서 실시한 재사용컵 행사. 보틀리스 제공

보틀리스가 ‘2019 홍콩 럭비 세븐스’에서 실시한 재사용컵 행사. 보틀리스 제공

긍정적 행동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사회적기업 보틀리스(BottLess)는 행사 주최자, 후원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해 대중이 일회용 물품 대신 재사용 가능 물품을 쓰도록 유도한다. 보틀리스는 홍콩 최대 음악축제인 클로켄플랩(Clockenflap) 등과 협업해 효율적으로 새로운 시장에 진출했다. 보틀리스는 ‘2019 홍콩 럭비 세븐스’(럭비 대회)에서 관객 12만 명을 대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맥주잔을 수집·세척·소독하는 시스템을 최초로 선보였다. 이후 회가르덴 서머페스트, 럭비 월드컵 팬존 등 다른 대회에서도 같은 시스템을 재현했다. 이로써 일회용품 30만 개 이상을 절약했고, 누적 28만 건의 재사용 실적이 쌓였다.

상황을 바꾸는 것은 협업에서 출발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긍정적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 홍콩의 비즈니스 허브에 일상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도록 하는 새로운 시범 프로그램이 나타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홍콩 타이쿠의 플레이스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부동산기업 ‘스와이어 프로퍼티스’가 앞장선 시범사업인 스마트 재사용컵 공유 애플리케이션으로 커피를 즐긴다. 보험사인 ‘부파 홍콩’도 지역 레스토랑들과 제휴해 재사용컵을 쓰는 자사 직원들에게 특별할인을 해준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들은 환경에 민감한 주주와 호흡할 뿐 아니라, 홍콩의 쓰레기 절감 노력에 기업-사회-지구가 ‘윈윈윈’ 하는 데 소비자가 참여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홍콩=프랜시스 응아이 사회적기업 그린먼데이·보틀리스 창업자, 플로렌스 챙 사회적기업 임팩트 전략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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