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8월 ‘학자금대출 탕감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 나라들이야 ‘아이가 태어나면 국가가 고등교육(대학)까지 책임진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지만, 다른 나라도 아닌 ‘자본주의의 중심’ 미국이 빚을 탕감해준다? 솔직히 첫인상은 좀 놀라웠습니다.
제1440호 표지이야기에서 이 정책과 관련한 미국 내 논쟁을 다루는 한편, 한국의 학자금 부채 당사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20대 초반∼30대 후반 청년들을 인터뷰했는데, 미국에 대한 제 감정은 ‘놀라움’에서 ‘납득’으로 바뀌더군요. ‘탕감’이 아니라 ‘투자’란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겁니다.
예를 들어 서연과 민준이라는 19살 두 친구가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둘은 모두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웠습니다. 국가는 소중한 세금을 지키기 위해 둘 중 한 명에게만 장학금을 주기로 합니다. 서연에게는 학비 2800만원(연간 700만원×4년)을, 민준에게는 0원을 줍니다. 덕분에 서연은 성실히 공부해 학점을 비교적 높게 받고 정규직으로 취업했습니다. 민준은 좀 달랐습니다. 수업을 마치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위해 달려갔고 밤에는 식당에서 일했습니다. 학점 관리가 힘들었고 졸업 뒤 임금이 적은 작은 회사 비정규직으로 취업했습니다. 학비에 더해 월세·생활비까지 혼자 마련하느라 빚이 쌓였는데, 상환하다보니 연애·결혼도 포기하게 됐습니다.
서연과 민준은 ‘엠제트(MZ)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흔한 이야기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구간의 대학 학비를 사실상 전액 면제(2022년부터 첫 자녀 연 700만원, 둘째부터 전액 국가장학금 지급)에 가깝게 만들어뒀습니다. 2021년에도 연간 520만원을 지원했으니, 20대는 학비 부담만 따지면 그리 크진 않습니다. 반면 지금의 30대 중후반 세대는 한국장학재단이 생기기 전, 혹은 생긴 직후 대학을 다닌 청년 세대입니다. 장학금 혜택은 없었습니다. 일자리는 줄었고 집값은 폭등했습니다. 70%에 이르는 대학입학률이 가리키듯 부모 세대는 이들에게 대학이 ‘선택’이라 말하지 않고 ‘필수’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서연에게 지원하는 학자금을 ‘장학금’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민준에게 학자금을 지원하자고 하면 ‘과격한 부채 탕감’이라고 말합니다. 현재 한국장학재단 부채 잔액은 약 10조원, 특히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부채 잔액은 4198억원(7만4231명)입니다.
결혼과 연애는 ‘안 해도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비자발적 선택이라면. 2022년 3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9명. 인터뷰에 응했던 한 30대 청년의 말이 귓가에 맴돕니다. “내가 애를 낳았는데 그 애가 나처럼 살아야 한다? 그게 무슨 ×고생인가 싶어요.”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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