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한 달만 주4일제 해볼까?”
제1360호 표지이야기 ‘주4일제, 해보니 어때?’ 취재는 편집장의 한마디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조정훈(시대전환), 박영선(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주4일제, 주4.5일제를 공약으로 내세웠거든요. 편집장의 제안에 기자들은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목요일엔 다음날 새벽까지 기사 마감을 하고, 금요일 오후에는 다음호 발제 회의를 하는 주간지의 일정상 주4일제는 어렵다는 반응이었죠. 주간회의를 목요일로 당기면 퇴근 시간은 더욱 늦어질 테고, 그다음 주 월요일로 미루자니 취재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았습니다. 주간지의 제작 일정상 절대 안 된다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주4일제가 어렵다면, 안 된다면 더더욱 취재는 필요했습니다. 전세계가 주4일제를 주목하고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이 주4일제를 하는데, 안 되는 곳은 무엇이 가로막고 있는 걸까,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궁금했습니다.
주4일제를 이야기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우려가 임금이 삭감되지 않을까입니다. 그러나 직접 만난 주4일제 시행 기업 직원들은 하나같이 임금은 그대로라고 말했습니다. 주4일제의 핵심은 임금은 같은 수준이되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죠. 또 다른 우려는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을까였습니다. 기사에는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는 누가 키우나”(5690****)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들은 짧은 시간 동안 더 효율적으로 일할 방법을 찾아냈다고 했습니다. 실제 기업 매출은 늘었고요.
“월·화는 이틀만 일하면 쉴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하고, 목·금은 수요일에 쉬고 온데다 주말에 또 쉴 수 있어 행복하고, 푹 쉬고 온 덕분에 월요병도 없다.” 매주 수요일에 쉰다는 주4일제 기업 직원 ㄱ씨의 말입니다. ㄱ씨뿐 아니라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들 모두 얼굴에 생기가 가득했습니다. “주4일제는 최고의 복지”라고 말하는 그들에게서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느껴졌습니다. “이제는 월급을 더 준다고 해도 주5일제로 돌아갈 순 없다”고 말하는 그들이 부러워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주4일제만이 최선일까요? 오직 장밋빛 미래만 펼쳐질까요? “주 4일 일했는데 임금이 같은 기업이 얼마나 될까? 생산업 등 일부 업종은 기본급은 낮고 잔업 등의 수당으로 임금을 받는 시스템이다. 기업이 일도 안 하는데 임금을 맞춰주겠나?”(heej****) 이 댓글처럼 낮은 기본급 때문에 초과근무로 임금을 보전받는 저숙련·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실질임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 높은 한국의 노동시간 단축은 지속해서 논의해야 할 의제입니다. 이를 위해선 ‘장시간 노동=일 잘하는 것’이라는 문화부터 바뀌어야겠죠. 저 역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봅니다. 근무시간 내내 집중해서 일했는지, 4일 만에 끝낼 수 있는 일을 5일 동안 끌고 있지 않았는지 말입니다.
다시 한번 제안해보고 싶습니다. “편집장, 우리 주4일제 해볼까요?”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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