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신입 사원인 장유진(25·가명)씨는 적금 100만원을 처음으로 넣지 못했습니다. 수습사원 기간이 끝난 뒤 5개월 동안 월급의 절반을 저축해왔는데, 지난달에는 건너뛰어야 했습니다. 갑자기 월급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210만~230만원이던 유진씨 월급은 지난달 159만원이었습니다. 올해 최저임금 174만5150만원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왜 월급이 줄었을까요. 유진씨가 며칠 아파서입니다. 유진씨에게 경추(목)와 요추(허리) 디스크가 동시에 찾아왔습니다. “만지지 않아도 (척추를 타고) 목부터 허리까지 멍이 든 느낌이 들 정도로 무척 아팠다”고 했습니다. 병원에선 “최소 2주는 아무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진단서를 써줬습니다. 유진씨는 일주일 병가를 냈지만, 나머지 일주일은 연차를 썼습니다. “혼자 자취하는데, 2주나 무급병가를 받으면 타격이 있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일주일만 무급병가를 냈는데도 월급은 60만원이나 덜 나왔습니다.
유진씨 이야기는 ‘사람은 아플 수 있는데 직원은 사람이 아니다’(제1261호) 기사에 담기지 못했습니다. 유진씨와 함께 일하는 동료 중 요추염좌로 고생하는 민정씨와 대상포진을 앓았던 지선씨 이야기를 먼저 다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유진씨네 회사에는 아픈 노동자가 무척 많았습니다. 서비스 업종에서 치마 유니폼을 입고 구두를 신은 채 때로는 새벽까지 강도 높은 노동을 하는 이들이 비슷한 시기 여러 질병에 걸린 것은 우연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광고
한 대형 유통업체에도 아픈 노동자가 넘칩니다. 유급병가가 있어도, 아픈 노동자가 워낙 많아 아플 때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끼리 ‘병가 순번’을 정해서 차례로 쉰다고 합니다. 인력이 부족해 순번을 정해 임신하던 간호 노동자들처럼. 노동조합 쪽은 더 적은 노동자가 무리하게 더 많은 일을 하다보니 아픈 노동자가 는다고 주장합니다.
노동자들이 아팠을 때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지 없는지 따지자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습니다. 업무상 술을 많이 마시는 영업직 노동자가 위염이나 통풍에 걸렸을 때,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사무직 노동자가 목이나 허리 디스크에 걸렸을 때 업무와 연관성이 조금도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매우 인색하게 산업재해 인정을 해주는 한국의 현실을 잘 아는 상당수 노동자 역시 업무상 질병·부상을 인정해달라고 최우선으로 주장하지 않습니다. 일단은 아프면 제때 쉬고 충분히 치료받게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려면 업무 외 질병과 부상에도 적절한 휴식 기간과 충분한 소득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유진씨에게 100만원은 “언젠가 이직 준비를 할 때 몇 달은 버틸 최소한의 돈”이었습니다. 회사의 높은 노동 강도와 열악한 처우에 이직을 고민하던 유진씨는 2주 아파서 누워 있는 동안 “회사를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지금 그를 회사에 붙잡아두는 것은 “두 달만 참으면 받게 될 퇴직금 200만원”입니다.
광고
이 기존 구독제를 넘어 후원제를 시작합니다. 은 1994년 창간 이래 25년 동안 성역 없는 이슈 파이팅, 독보적인 심층 보도로 퀄리티 저널리즘의 역사를 쌓아왔습니다. 현실이 아니라 진실에 영합하는 언론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투명하면서 정의롭고 독립적인 수익이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의 가치를 아는 여러분의 조건 없는 직접 후원입니다. 정의와 진실을 지지하는 방법, 의 미래에 투자해주세요.
*아래 '후원 하기' 링크를 누르시면 후원 방법과 절차를 알 수 있습니다.
후원 하기 ▶ http://naver.me/xKGU4rkW
문의 한겨레 출판마케팅부 02-710-0543
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광고
한겨레21 인기기사
광고
한겨레 인기기사
서울 20m 싱크홀 실종자 아직 못 찾아…오토바이·폰만 발견
전한길 자살 못 하게 잡은 절친 “쓰레기…잘못 말해주는 게 친구”
한덕수처럼, 윤석열 탄핵 심판도? [3월25일 뉴스뷰리핑]
[속보] 서울 강동구 싱크홀 매몰자 심정지 상태로 발견
2025 법치주의 ‘실종’…윤석열이 오염시킨 숭고한 적법절차
명일동 대형 싱크홀에 빠진 오토바이 실종자…안엔 토사·물 2천톤
‘의성 산불’ 역대 3번째 큰불…서울 면적 5분의 1 태웠다
산불이 삼키려는 내 인생, 내 집…“두고 어떻게 가겠어요”
삼성전자 TV사업 이끈 한종희 부회장 별세…향년 63
공수처 “신규 검사 임명 반년 미뤄져…한덕수 대행, 임명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