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양승태는 모를 일본의 양심

칠순이 넘은 도쿠다 변호사가 소록도에서 한말
등록 2019-03-02 16:08 수정 2020-05-03 04:29
아다치 슈이치 변호사(맨 오른쪽)가 2월23일 일본 히로시마 조선학교를 방문해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다. 아다치 슈이치 제공

아다치 슈이치 변호사(맨 오른쪽)가 2월23일 일본 히로시마 조선학교를 방문해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다. 아다치 슈이치 제공

“아다치 슈이치 변호사가 상금을 히로시마 조선학교에 기부했답니다.” 지난해 강제징용 재판에서 대법원 확정판결(2018년 11월29일)을 받아낸 최봉태 변호사가 2월25일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지난 1월30일 사단법인 법조언론인클럽이 주는 올해의 법조인상을 한국 변호사들과 공동 수상한 아다치 변호사가 상금을 조선학교에 쾌척했다는 소식이었다.

아다치 변호사는 히로시마 조선학교 지원 모임의 공동대표다. 아다치 변호사는 일본에서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의 소송을 대리한 일본 변호사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 2월13~16일 일본에서 그를 취재하는 동안 기자의 머릿속에는 또 한 명의 일본 변호사가 떠올랐다. 2017년 1월14일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만난 도쿠다 야스유키 변호사다.

그는 2004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일제강점기 소록도 주민들이 당한 인권침해에 대한 보상금 청구소송을 냈다. 앞서 2002년 일본 국회가 일본 정부의 한센인 인권유린 정책에 대한 피해 보상법을 만들자, 도쿠다 변호사는 2003년 한국 변호사들에게 연락했다. 일제강점기에 소록도 주민들이 당한 강제격리와 낙태·단종 정책의 피해 보상을 일본 정부에 청구하는 소송을 제안했다.

도쿠다 변호사는 그해 2월 일본 변호사들을 이끌고 소록도를 방문했다. 원고가 될 주민들을 만나 직접 진술서를 받는 그의 모습에 한국 변호사들은 깊이 감동했다. “말도 안 통하는데 굳이 한국에 와서 직접 진술을 받겠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의뢰인이 진술하는 모습을 직접 봐야 법정에서 제대로 변론할 수 있다’고 하더라.” 일본 변호사들의 진심은 통했다. 2016년 5월 일본 정부는 한국 한센인 590명에게 보상금 지급을 최종 확정했다.

칠순이 넘은 도쿠다 변호사는 소록도를 방문한 그날 저녁 술자리에서 그동안 미처 말하지 못했던 ‘과거’를 털어놨다. “내 아버지는 태평양전쟁 당시 군인으로 참전해 전사했다. 나는 전쟁 피해자다. 하지만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다.” 도쿠다 변호사는 “가해자가 내민 손을 기꺼이 잡아준 소록도 주민들에게 오히려 감사하다”고 했다.(2017년 1월17일치 칼럼 ‘일본에서 온 변호사’ 참조)

사법농단으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월26일 열린 보석 심문에 출석해 “정의의 여신상이 들고 있는 ‘천칭’의 의미가 “공평이 없는 재판에서는 정의가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정의는 아다치, 도쿠다 변호사가 생각하는 ‘정의’와 한참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독자 퍼스트 언론,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


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