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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분관계에 매몰되면 진실은 멀어진다
등록 2018-10-27 12:57 수정 2020-05-03 04:29
<font size="4"><font color="#008ABD">뒤늦은 반성</font></font>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한창이던 2017년 2월의 어느 날이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한 변호사를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 한 식당에서 우연히 만났다. 당시 나는 신문 법조팀장을 맡고 있었다.

칼바람에 얼었던 몸이 따뜻한 곰탕 국물에 풀릴 무렵 그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혹시 그 얘기 들었소? 법원행정처로 발령난 판사가 갑자기 원래 근무지로 돌려보내달라고 했다는….” “아니요. 근데 그게 뭐가 문제죠?” 그는 나의 시큰둥한 반응이 의외라는 듯 목소리를 살짝 높여 되물었다.

“법원행정처가 출세 코스라는 거 몰라? 다른 판사들은 거기 못 가서 안달인데.” “아, 그래요….” “아, 그래요라니! 이번 인사에서 법원행정처로 발령난 판사가, 법원 내 학회 동향을 보고하라고 하니까 못하겠다면서 원대 복귀를 요청했다는 거야. 그래서 그 판사가 지금 지방법원으로 돌아갔다고.”

그는 최근 1년 동안 한국 사회를 뒤흔든 ‘사법 농단’ 사건을 제보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둔하게도 당시 나는 그 제보의 중대성을 깨닫지 못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국정 농단 수사 취재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었던 탓도 있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여부 결정에 특검의 수사 결과는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이 와중에 일개 판사의 인사 불복 해프닝이라니….’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그 제보에 둔감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던 것 같다. 바로 법원행정처 간부들에 대한 믿음이었다. 엘리트 판사로 꼽히는 그들이 법관 사회의 금과옥조인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짓을 저지를 리 만무하다는 믿음이었다. 머리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그들이 그런 멍청한 짓을 저지를 이유가 전혀 없다고 믿었다.

아둔한 대가는 컸다. 그로부터 10여 일 뒤 나는 경쟁지 기자에게 보기 좋게 물먹고 말았다. 더욱 한심한 것은 물먹고 난 뒤의 일이다. 나는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법원행정처의 해명에 더 무게를 두고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 경쟁지의 특종을 일단 깎아내리고 보는 무능한 기자의 타성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수습기자 시절 선배들에게 배운 말이다. 취재원과는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되고 너무 멀어서도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친분 관계에 매몰되면 진실은 그만큼 멀어진다는 얘기다. 뒤늦게나마 경쟁지 기자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뼈저리게 반성한다. 늦었지만.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font size="4"><font color="#008ABD">뉴스룸에서</font></font>
류우종 기자

류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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