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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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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21입니다

등록 2018-05-30 11:00 수정 2020-05-03 04:28

“비판은 사랑입니다.”

첫 ‘만리재에서’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글은 1994년 3월24일 발행된 창간호가 아닌 일주일 뒤 발행한 제2호에 실렸습니다. 당시 고영재 편집장은 “독자 여러분의 비판이야말로 의 발전을 담보하는 밑거름이 되리라고 우리는 확신한다”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크다’는 한 독자의 비판을 그대로 전합니다. 첫 호를 본 독자의 충고가 ‘고통’ ‘채찍’ ‘송곳’이라면서도 귀담아듣고 몸가짐을 가다듬겠다는 각오를 했습니다. 갓 태어난 잡지의 편집장이 뱉은 첫마디가 ‘독자’였습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의 오늘은 부끄럽게도 독자와 되레 더 멀어져 있습니다. 독자의 쓴소리나 단말을 받아낼 통로는 막혀 제구실을 못했습니다. 페이스북에 마련된 정기독자 커뮤니티 ‘21cm’는 휴면 상태입니다. 거죽만 있지 의견과 댓글, 게시물 등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아쉽게도 을 향한 독자의 전자우편이나 전화도 뜸합니다. 지금 은 독자와 단절된 섬처럼 보입니다.

잡지 뒤쪽 ‘독자와 함께’란 문패로 두 면을 내놓긴 했으나 이것으로는 부족해 보입니다. 내용마저 충실하지 못했다고 고백합니다. 오롯이 저희 책임입니다. 그나마 ‘단박인터뷰’가 숨통을 틔워주는 정도입니다.

이를 인지조차 못한 독자도 있을 겁니다. 알면서도 애정으로 모른 채 덮어둔 분도 많을 겁니다. 그런데도 저희가 먼저 고해성사하듯 말을 꺼낸 까닭은 독자와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창간 때 약속이기도 합니다. 시사주간지 의 몸체라 할 신문 도 창간 정신을 진화시키겠다며 2013년 창간 25주년을 맞아 “독자와 시민에게 먼저 말을 걸고, 말을 귀담아듣고, 그 말을 콘텐츠에 투영해나가면서 한겨레가 그리려는 ‘그림’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독자를 빼놓고선 의 미래도 제대로 그려낼 수 없습니다.

독자와 끊어진 다리를 다시 잇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아직 논의 단계입니다. 먼저 희미하게나마 약속드릴 수 있는 건 ‘열린 편집국’을 지향하는 독자편집위원회의 부활, 독자면 강화, 정기독자 커뮤니티 활성화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독자와 기자가 얼굴을 맞대는 만남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다만 조금만 더 기다려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4월 편집장의 이동뿐 아니라 구성원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정인환·전정윤·이승준·이재호 기자가 새로 왔고, 오승훈·김완·송채경화·정환봉 기자가 떠났습니다. 환경 변화에 얼마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조금씩이지만 변화를 지면과 페이스북에서 이미 시도하고 있습니다. 새 고정 꼭지인 ‘한반도 냉전 해체 프로젝트-이구동성’ ‘이재호의 끝까지 간다’ ‘김소민의 아무거나’ ‘그때 그 사람들’ ‘엄지원의 여의도민 탐구생활’을 5월부터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진화와 변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잃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창간 이후 인권,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대변해온 의 정신입니다.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독자가 지난해 추석맞이 퀴즈대잔치 응모엽서에서 당부한 말입니다. ‘초심’. 수백 응모 독자들이 남긴 말 가운데 높은 빈도수를 차지한 단어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더 많이 눈에 띄는 말은 ‘응원’이었습니다. 은 독자의 비판뿐 아니라 응원이 필요합니다. 24년 전 첫 ‘만리재에서’도 “따사로운 눈길로 지켜봐주십시오”란 부탁으로 끝납니다. 저도 이 부탁 다시 드립니다.

류이근 편집장 ryuyigeun@hani.co.kr<font size="2">*새롭게 1년 이상 정기구독을 신청(torani@hani.co.kr)하시는 분 가운데 20명을 추첨해 한겨레신문사 사사 이나 를 보내드리겠습니다</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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