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연 제공
아무거나 주워 입은 옷에 부스스한 얼굴을 하고, 날마다 아침 8시15분, 나는 마을 초입으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등교하는 아이들과 이웃을 만나고, 초등학교 1학년 딸을 학교버스에 태워 보낸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어느 아침, 나는 평소와 아주 달랐다. 그날이 연중 가장 해가 짧은 동지였기 때문은 아니었다. 막 감아 축축한 머리를 하고, 개중 가장 그럴듯한 옷에, 슬리퍼가 아닌 검은색 가죽부츠를 신고 나는 딸아이와 함께 등굣길에 나섰다. “리연 엄마, 아침부터 어디 가요? 그렇게 하고?” 혼자 외출하는 일이 아주 드물었으므로 모두들, 심지어 마을 아이들까지 내가 어디 가는지 궁금해했다. 내가 쭈뼛거리며 가는 곳을 밝히기도 전에 딸이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 상 받으러 서울 가요. 엄마가 글 써서 상 받았어요.” 그날은 손바닥문학상 시상식이 있는 날이었다. 산골짜기 바람에 젖은 머리를 말리며, 아이들과 이웃의 예상치 못한 환송을 받으며 나는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로 상을 받으러 상경길에 올랐다.
상을 탔다는 소문이 동네방네 퍼졌다. 내 글이 지면에 실리자 이웃 중 누군가 마을 온라인 게시판에 소식을 올려 급기야 마을 사람 모두에게 공지됐다. 그렇게 나는 대대적으로 글쓰기 커밍아웃을 하게 됐다. 그간 아이들을 재우고 오밤중에 글 써왔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던 이들도, 정말 의외라는 이들도 있었다. 이웃 중 한 분이 ‘글 데뷔’를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하자 하셨다. 첫돌 떡을 나누며 아기가 무탈하게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듯, 내 글쓰기의 앞날이 창창하기 바라는 자리를 마련하자고 하셨다. 좀 부끄럽기도 했지만, 아이의 첫돌 잔치처럼, 세상에 보내진 내 첫 글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줘야 할 것만 같았다.
내 글이 지면에 실린 뒤 마을회관에서 조촐한 축하연이 마련됐고, 나는 상금으로 떡을 했다. 10명쯤 모여 떡과 귤을 먹으며, 내가 발표한 ‘산청으로 가는 길’의 소감을 나눴다. 소감은 합평으로 이어졌고, 그중 몇 분은 여느 비평가 못지않게 글에서 내가 생각지도 못한 메타포(은유)를 발견해냈다. 그렇구나, 그 문장이 그런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겠구나. 마치 남이 쓴 글을 대하듯 난 혼잣말을 했다.
계절이 돌고 돌아 다시 겨울을 향해 간다. 손바닥문학상 덕분에 벽장에서 나와 글을 쓰게 된 나는 인근 학교의 방과후 수업에서 글쓰기를 맡게 됐다. 그리고 올해, 난 정말 열심히 썼다. 영감님이 오셨을 때 타닥타닥 써 내려가고, 틈틈이 문장의 결을 다듬어 글을 완성해갔다. 읽을 만해진 글을, 앞가림하는 자식을 보내듯, 세상에 보내려 한다. 모든 존재는 운명을 타고난다고 믿는 나는, 내가 쓴 글이 각자의 운명대로 세상의 빛을 보기 바라며.
올해 손바닥문학상을 통해 어떤 글들이 세상의 빛을 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당신의 눈에 비친 세상의 단면은 어떤 모습일지,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많은 이가 용기 내어 꺼내놓은 이야기들로 손바닥문학상이 풍성해지길 기원한다.
공모 안내
■대상
논픽션·픽션 불문 동시대 사회적 이슈를 주제나 소재로 한 문학글
■분량
200자 원고지 50~70장
■응모요령
한글이나 워드파일로 작성해 전자우편(palm@hani.co.kr)으로 접수
[제9회 손바닥문학상 공모]_제목_응모자 이름 형식으로 전자우편 제목 작성
응모자 연락처 필히 기재
■마감
11월20일(월요일) 밤 12시
■발표
12월11일(월) 발행되는 제1191호(12월25일치)
■문의
palm@hani.co.kr (전자우편으로만 받습니다)
■상금 및 특전
대상 300만원, 가작 1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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