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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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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6-07-19 15:30 수정 2020-05-03 04:28

예전 백과사전은 교양과 부의 상징이었다.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이 있거나, 높은 교양을 추구하는 어른이 있거나, 이도 저도 아니지만 여하튼 돈은 많은 집의 응접실에는 반드시 수십 권짜리 백과사전이 있었다. 물론 그 소유자들은 벽장 가득한 책 무더기 가운데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았다. 비싸게 사서 실제로는 안 읽었는데도 지적으로 고양되는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이 그 시절 백과사전의 효용이었다.

그것은 허영이되 열망이었다. 세상은 예상보다 막강한데, 인생은 짧고 경험은 일천하며 지식은 부족하다. 어쩌면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언젠가 그걸 넘어서겠다는 희망의 표상이 백과사전이었다.

그것이 끝내 가닿지 못할 허황된 욕심이었다 할지라도 자동차나 핸드백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허영보다는 우월한 욕망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락·예능에 정신이 팔려 아무 책도 읽지 않고, 세상사를 전하는 언론조차 제 앞가림에 바쁘다는 변명으로 외면하면서, 스스로 무식한 줄도 모르고 함부로 지껄이는 요즘 세태에 떠밀려 가고 있자니, 옛 시절의 지적 허영이 오히려 그립다.

그런데 그것은 왜 그저 허영에 그쳤을까. 왜 그 시절 사람들은 지식과 교양을 채우겠다는 그 좋은 꿈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을까. 너무 많아서, 너무 다양해서, 너무 종잡을 수 없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한다. 세상 모든 일을 책에 몰아넣었으니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집중해 읽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게 아닐까 싶다. 편리성, 집중성, 효용성, 접근성 등에서 백과사전은 너무 많고 크고 무겁고 복잡했던 것이다.

은 백과사전으로 표상됐던 지식과 교양의 문장을 부활해보고 싶었다. 그저 부활에 그치지 않고 진화시키고 싶었다. 수많은 기사를 한 호흡의 바람에 날려보내지 않고, 독자의 가슴과 머리에 꼭꼭 묻어두고 싶었다. 관건은 세 가지였다. 잡다한 것을 망라하겠다는 생각을 접고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는 것, 전문가의 어렵고 복잡한 언어가 아니라 기자들의 쉽고 간명한 언어에 담는 것, 응접실 책장에서 외면받지 않고 각자의 손 안에서 언제나 살아 숨쉬게 하는 것.

시리즈는 그 꿈을 향한 소박한 걸음이다. 특정 주제·이슈에 대한 기사만 묶어 드리려 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기자들이 땀 흘려 작성한 좋은 기사 가운데 엄선하려 한다. 매달 한두 차례 전자책으로 만들어 드릴 것이다. 좋은 기사를 제값 치르고 봐주시는 정기독자에게만 그 선물을 드릴 것이다. 첫 번째로 헌법 이야기를 다뤘다. 마침 제헌절이 다가왔고, 정치권에서도 개헌 논의가 오가고 있다. 개헌을 이야기할 때 ‘뭣이 중헌지’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부족한 인력과 능력으로 급하게 준비했기에 부족함이 많다. 앞으로 더 세련되게 가꾸겠다. 시리즈는 페이스북 정기독자 커뮤니티 ‘21cm’에서 간편하게 내려받을 수 있다. 전자우편 주소를 알려주면 정기구독 여부를 확인한 뒤, 전자우편으로 전자책 파일을 보내드린다. 앞으로 다뤘으면 하는 주제·이슈에 대한 제안도 받겠다. 구독·제안 관련 문의는 wani@hani.co.kr로 보내주시면 된다. 멍청하게 넋놓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온갖 요상한 일이 다 벌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불어 함께 똑똑해져야 한다. 여기 이 있다.

안수찬 편집장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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