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글은 평소보다 짧을 것이다. 서설이 필요 없는 기사들로 이번호를 채웠다. 흙 아래건 물속이건, 육탈이 끝나고 뼈로 남았을 아이들을 생각하며 기사들을 썼다.
2주 전 어느 주말, 휴일에도 출근해 일하던 정은주 기자가 말했다. “선배, 언제 나가세요?”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가 뒤적이던 방대한 자료 가운데 아이들의 주검을 찍은 사진이 있었다. 힘없이 널브러져 녹아내린 어두운 형체를 그는 보아버렸다. 창밖은 캄캄했고 사무실은 고요했다. 혼자 남겨지는 일을 정 기자는 꺼렸다. 나는 그의 옆자리를 지켰다. 사진을 들여다보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나도 부들부들 떨었을 것이다.
기억이 그러하듯 망각도 삶의 방식이다. 잊으려 도리질 치는 과거는 대부분 상실, 수치, 잔혹에 대한 것이다. 상실을 직시하면 수치와 잔혹이 끓어올라 하루하루의 삶은 온통 비극이 된다. 그것을 털어내야 숨을 쉴 수 있다. 그러므로 외면도 삶의 방식이긴 하다.
다만 무엇을 얼마나 외면할지 골라내는 일이 삶의 품격을 결정한다. 기억의 회로가 없으면 지능의 뉴런은 작동하지 않는다. 망각의 대상을 잘못 고른 개인은 점액질을 무작정 헤매는 아메바의 한 생애를 살아갈 뿐이다. 그것이 집합을 이뤄 국가에 이르면, 인간과 아메바의 길이 다시 갈린다. 예컨대 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망각하려는 어느 나라를 한국은 아주 끈질기게 오랫동안 꾸짖어왔는데, 그것을 기억하고 밝혀내고 공유하는 일이 미래를 여는 지혜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그 잣대는 여기 지금 우리 자신에게도 적용된다. 망각해도 좋을 상실, 수치, 잔혹을 제대로 골라내는 일이 국가와 사회의 품격을 결정한다. 세월호를 지워버리려 안달인 한국의 정체는 무엇인가. 인간의 사회인가, 아메바의 군집인가.
눈감아버리고 싶었던 그 캄캄한 사진들만 빼고, 죽어간 아이들의 참혹한 마지막에 대한 벌거벗은 재현만 빼고, 세월호에 대한 모든 것을, 취득 가능한 모든 사실을 드러내, 망각의 대상에서 제외시키려 한다. 이번호를 포함해 다음호까지 세월호 사건을 통권 특집으로 다룬다. 두 차례에 걸친 통권 기획이 끝나도 세월호 관련 연속보도는 이어진다. 진영으로 갈려버린 논평 대신 모두가 주목해야 할 새로운 사실을 계속 보도한다.
그것을 특종이라 불러도 좋고, 집념이라 평해도 좋고, 집착이라 눈 흘겨도 좋다. 망각의 대상을 잘못 선택한 이들의 둔감한 가슴에 깊숙이 끈질기게 뾰족한 기사를 박아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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