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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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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스냅샷

등록 2014-11-11 17:45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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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를 다룬 이번호 ‘오은하의 걱정 극장’에 이런 구절이 있다. “한 사람의 일생은 결국 응축된 그러나 찰나적으로 포착된 몇 개의 장면으로 남는다. 친구 집 앞 골목길에서 연탄재를 발로 차다 들은 피아노 소리, 엄마가 사오신 꽁치 토막을 싼 신문지에 물든 핏자국, 담벼락에 기대 놀다 바라본 나뭇가지 사이로 반짝이던 햇살.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는 인생 속에 강렬한 스냅샷으로 남은 바로 그 랜덤한 순간들에 관한 영화다.”
글을 읽다가 문득 ‘내 인생의 스냅샷’을 떠올려보게 됐다. 몇몇 장면들이 머릿속에 빠르게 스쳐갔다. 오래 기억하고픈, 나도 모르게 슬며시 웃음짓게 만드는 장면도 여럿 있었다. 한동안 잊고 지내던 그 장면도 불현듯 떠올랐다. 몸이 무척이나 힘든 날이면, 간혹 악몽 속에 되풀이해서 나타나곤 하는 장면이다. 대학교 2학년 어느 봄날이었다. 어쩌다보니, 두 명의 젊음이 바로 지척 거리에서 제 몸에 불을 붙이던 끔찍한 장면을 하릴없이 지켜봐야 했다. 제 몸에 불을 그어대던 순간부터 몇 마디를 토해내다 결국엔 힘없이 스러질 때까지, 극히 짧은 순간이었으나, 아직껏 뇌세포 어딘가엔 초저속 슬로비디오 화면처럼 아주 또렷하게 기록돼 있다. 아마 끔찍한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는데도 아무런 행동조차 취할 수 없었던 당시 상황이 트라우마처럼 새겨져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어느덧 짧다고만은 할 수 없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끔찍하고 슬픈 이야기를 수없이 접해왔건만, 유독 ‘분신’이란 두 글자만 들려오면 반사적으로 몸이 몇 초간 소스라친다. 소중한 제 몸을 불살라야만 했던 배경이나 숨겨진 이야기를 들춰내 가지런히 정돈해야 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입장에선 꽤나 큰 ‘약점’이다.
잠시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던 차에, 거짓말처럼(!) 안타까운 속보를 접하고는 흠칫했다. 지난 10월7일 입주민의 인격모독성 발언과 처우에 시달리다 분신을 기도한 서울 강남 한 아파트의 경비노동자 이아무개씨가 한 달여 만에 결국 숨을 거뒀다는 소식이다. 수차례의 피부이식 수술도 전신 3도 화상의 상처를 온전히 꿰매주지는 못했나보다.
사건 이후 열악한 경비노동 실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비노동을 포함해 감정노동 전반의 문제로 시야를 넓히려는 움직임도 적극적으로 일고 있다. 때마침 은 포털 ‘다음’의 뉴스펀딩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미소 뒤의 눈물, 감정노동자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프로젝트(http://m.newsfund.media.daum.net/project/115)가 어느덧 우리 삶의 가장 가까운 곳에까지 다가서 있는 감정노동 문제를 직시하고 서둘러 건설적인 해법을 찾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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