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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부부는 왜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겼을까

명태균 “경호고 나발이고 거기 가면 뒈진다” 발언 공개돼… 졸속 이전 결정·보안 구멍 등 문제점 재조명
등록 2024-11-15 20:53 수정 2024-11-20 07:59
북한산과 백악 남쪽에 자리잡은 청와대와 경복궁의 모습. 한겨레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북한산과 백악 남쪽에 자리잡은 청와대와 경복궁의 모습. 한겨레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 거기(청와대)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 (…) 그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 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 있다니까.” 청와대에서 용산기지로의 성급하고 졸속적인 대통령실 이전은 ‘김건희-명태균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와 역술가 천공, 백재권 풍수가의 말에 따른 것인가? 2024년 11월8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명씨의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명씨는 2022년 3월 대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청와대로 들어가면 죽는다”는 조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끊임없이 제기되던 점복·풍수 영향설

당시에도 윤 대통령 부부가 청와대에서 단 하루도 머물지 않으려 한 것에 대해 여러 의심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3월10일 대통령 당선 뒤 닷새 만인 3월15일 애초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기려 했던 대통령실을 용산기지 국방부 청사로 급변경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5월10일 취임식 뒤 용산 대통령실로 곧바로 출근했다. 용산 이전 결정 뒤 겨우 55일 만이었다. 가장 중요한 국가기관의 이전을 개인의 이사처럼 처리했다. 70년 넘게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였던 청와대도 적절한 보안 조처 없이 5월10일 바로 개방됐다.

관저도 마찬가지였다. 애초 윤 대통령의 관저는 삼청동의 국무총리실이 유력했다. 그러나 3월15일 집무실이 용산 국방부 청사로 급변경되면서 관저도 3월20일 한남동의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급변경됐다. 그러나 한 달 만인 4월24일 관저는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다시 변경됐다.

대통령실 이전 이유에 대해 2022년 1월27일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기존 청와대를 해체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고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또 “비서동에서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까지 차를 타고 가는데, 그렇게 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렵다”고 밝혔다. 2022년 3월20일 당선 직후엔 “국민을 제대로 섬기고 제대로 일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의 모습.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의 모습.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노무현, 문재인 청와대에서 8년 가까이 일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명태균씨와 같은 사람들의 의견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본다. 이전 과정이 매우 비상식적이기 때문이다. 단 하루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못하겠다는 태도였다. 다른 이유로는 해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도시건축 전문가인 김진애 전 열린우리당 의원도 “김건희씨가 명태균 같은 사람 말을 듣고 청와대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것 아닐까? 김씨 자신이 주술사적인 측면도 있다. 대통령이 김씨의 이런 이야기를 듣고 청와대를 들어가지 않았다면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해 점복이나 풍수가 등장한 것은 명씨의 발언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3월15일 대통령실이 용산 국방부 청사로 결정된 뒤 풍수가인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가 윤한홍 당시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 팀장(현 국민의힘 의원), 김용현 부팀장(현 국방부 장관)과 함께 관저 후보지였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한 사실도 경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특히 백 교수는 2017년 4월 중앙일보에 쓴 글에서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크고 작은 고난을 겪었다. (…) 남산의 철탑(남산타워)이 큰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청와대 주인이 제일 큰 화(禍)를 받는다. 뾰족한 철탑이 살기를 분출하기 때문이다. (…) 남산의 철탑만 이전하면 더 이상 대통령들의 액운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역술인 천공도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주장했다. 재미동포 최재영 목사는 2024년 1~2월 스픽스와 서울의소리 등 기사에서 2022~2023년 세 차례 만난 천공이 “윤석열 부부에게 ‘청와대에 절대 들어가지 말고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라’고 권유했다”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또 천공은 “2011년부터 ‘용산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유튜브 강의 영상을 찍었고, 윤 대통령 부부도 이 영상을 봤다”고 말했다고 최 목사는 전했다.

명태균씨는 “청와대 들어가면 죽는다”고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11월8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에 나온 명태균씨.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명태균씨는 “청와대 들어가면 죽는다”고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11월8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에 나온 명태균씨.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용산 대통령실의 관저 후보지였던 육군참모총장 관저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대학 누리집 갈무리

용산 대통령실의 관저 후보지였던 육군참모총장 관저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대학 누리집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역술인 천공은 용산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유튜브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역술인 천공은 용산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유튜브 갈무리


미군 대통령실 도청 사건 대책 있나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대통령실 이전 과정을 보면, 청와대에 절대 안 들어간다는 전제 아래 추진했다. 대통령 공약이라도 우선순위와 추진 과정이 있는데, 그런 걸 모두 무시했다. 명태균, 백재권, 천공 등이 말한 주술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흉지라는 명태균씨, 백재권 교수, 천공의 주장은 과연 풍수지리학상 타당한 이야기일까? 풍수학자인 김두규 우석대 교수는 “청와대는 경복궁과 마찬가지로 풍수적으로 거의 완벽한 곳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분지이고, 성 밖으로 한강이 흘러 군사적·경제적으로 유리한 곳이다. 반면, 용산 대통령실은 원래 무덤 터였고, 그 남쪽은 홍수가 나면 물에 잠기는 저습지다. 풍수가 좋겠는가”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청와대가 흉지라면 어떻게 해방 뒤 한국의 경제가 발전하고 정치도 민주화됐겠는가. 역대 대통령들이 불행해진 것은 막강한 권한을 남용하다 생긴 일이지 청와대 풍수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급하게 실행된 대통령실 용산 이전은 큰 후유증을 남겼다. 가장 심각한 사건은 미군의 대통령실에 대한 도청이었다. 졸속 추진된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인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 도청 사건에 대해 미국 정부에 항의하지 않았고, 도청 대책을 마련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이 밖에 북한의 드론 침투, 오물 풍선 낙하 등 대공 방어망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이태원 참사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성급한 대통령실 이전이었다. 참사 직후인 2022년 10월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사고 현장의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태원 참사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성급한 대통령실 이전이었다. 참사 직후인 2022년 10월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사고 현장의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통령실 졸속 이전은 이태원 참사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시위, 집회에 대한 대응 경험이 부족한 용산경찰서가 갑자기 대통령실 경비를 맡게 됨으로써 핼러윈 축제와 같은 행사에서 시민 안전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2024년 9월30일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에 대한 1심 선고에서 서울서부지법 재판부는 “사고 당일 관할 내 대규모 집회·시위가 예정돼 있어 용산구의 치안을 책임지는 용산경찰서로서는 집회·시위 대비와 핼러윈데이의 질서 유지를 모두 담당하게 됨으로써 경찰력을 실효적으로 운용하는 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이전이 이태원 참사의 한 원인이 됐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 밖에 대통령실 이전은 정부 수립 뒤 70년 넘게 구축해온 청와대의 거대한 인프라를 하루아침에 내버렸다는 점, 기존 청와대의 영빈관, 상춘재, 연무관 등 많은 시설을 계속 이용하고 있다는 점, 합동참모본부와 영빈관, 관저 등 신축을 포함해 이전 비용이 1조원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점, 대통령실의 세종시 이전이란 중장기 균형 발전 정책이 혼란에 빠졌다는 점, 대통령실과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윤 대통령 부부의 지인들이 수의계약했다는 점, 대규모 국가공원으로 추진돼온 용산공원 사업이 차질을 빚는다는 점, 대통령실의 주변에 대한 규제로 인해 용산 일대의 개발이 어려워졌다는 점 등 수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문재인 청와대의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공연 연출가)은 “대통령실 이전은 처음부터 기능적, 명분적 이유가 없었다. 이전 결과도 참담하다. 대통령실이 도청당했고, 미군과 헬기장을 함께 쓰고 있으며, 방공망이 뚫려 북한의 드론과 오물이 대통령실로 다 들어왔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공론 모아 새 대통령실 마련해야”

대통령실 이전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민주당 쪽은 다음 정부가 대통령실 이전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진애 전 의원은 “대통령실은 청와대로 돌아가야 한다. 그동안 쌓아온 ‘블루하우스’ 브랜드의 가치를 포기해선 안 된다. 만약 국민이 대통령실을 세종시로 옮기라고 하면 청와대와 세종시 등 두 군데에 집무실을 두면 된다”고 말했다.

탁현민 전 비서관은 “청와대로 돌아가는 게 타당하다. 본관과 경호처, 춘추관은 그대로 쓸 수 있고, 관저와 영빈관, 위기관리센터(벙커)는 수리하면 된다. 낡은 행정동(비서동)이 문제인데, 이번에 헐고 새로 짓는 것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윤건영 의원은 “다음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대통령실을 어디에 두는 것이 좋을지 공론을 모으고 절차를 밟아서 새 대통령실을 마련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방식으로 처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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