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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서울 편입’이라는 씻나락 까먹는 정치

등록 2023-11-18 10:12 수정 2023-11-24 15:25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조경태 위원장이 16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서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률안을 접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조경태 위원장이 16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서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률안을 접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11월16일 국민의힘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조경태 위원장은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10월30일 김기현 대표가 발표한 ‘김포 서울 편입’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말입니다. 이 정책이 나온 뒤 지방에서도, 당내에서도 반대가 많았습니다. 여론조사에서도 반대의견이 두 배 가까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이 정책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국민의힘과 서울시 등은 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서울에 편입되는 김포시에 6~10년 동안 경기도 시절에 받았던 특혜를 계속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되면 사라지는 도시계획 수립권 등 14개 분야 42개 권한, 보통교부세, 높은 국고 보조율, 농어촌 특례입학 혜택 등을 당분간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궁금증이 듭니다. 이렇게 김포시에 무리한 특혜를 줘가며 전국의 시민 다수가 반대하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하철 5호선 연장 사업이 빨리 추진될 수 있을까요? 김포시의 집값이 오를까요? 서울과 수도권의 경쟁력이 높아질까요? 만약 그런 장점이 있다면 그것이 다른 지역에 주는 이익은 무엇일까요? 의문은 꼬리를 뭅니다.

이번 논란의 긍정적 측면도 있습니다. 전국에서 수도권에 대응하는 메가시티(대광역도시, 초광역도시) 논의가 활발해졌습니다. 기존에 메가시티 정책이 시작된 경남권은 물론이고 호남권, 충청권, 경북권 등에서도 메가시티 정책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마침 11월1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내놓은 종합계획에도 수도권을 뺀 4개의 초광역권을 만들겠다는 정책이 들어 있습니다.

메가시티가 수도권 집중에 맞서 지방에서 먼저 제기된 전략이라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나아가 메가시티같이 넓은 행정구역 안에서 각 지역이 일을 나누고 서로 협력할 수도 있습니다. 시민에게도 행정구역과 생활권을 맞추는 것은 편리합니다.

다만 메가시티 정책을 수도권에서 먼저 추진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수도권은 메가시티 전략에 필요한 인재와 예산을 다시 한번 싹쓸이할 것입니다. 지방 메가시티를 먼저 추진한 뒤 효과가 있다면 그다음 수도권에서 메가시티를 추진해도 늦지 않습니다. 김포의 서울 편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속담에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씻나락은 내년 농사를 위해 남겨두는 볍씨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부디 씻나락은 남겨두면 좋겠습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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