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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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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다시 골목으로 돌아왔다…책임정치의 지름길

<한겨레21> 기자들이 골목으로 간 까닭… 교차투표자 만나는 골목에서 책임정치가 시작된다
등록 2023-09-23 20:34 수정 2023-10-05 14:54
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골목은 책임정치로 가는 지름길이다. 골목이 책임정치로 가는 지름길인 이유는 각 정당의 소극지지자와 교차투표자가 골목에서 투표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라는 사업이 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과 사회경제적 약자가 적극적으로 동주민센터에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찾아가는 사업이다. 소극지지자와 교차투표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정치적으로 소극적인 태도와 유보적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찾아가야 한다. 후보가 찾아가지 않으면 이들을 동원하고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빅데이터 선거는 골목선거 지원방안

방법이 별로 없기는 하지만 이들을 동원하고 설득할 수 있는 강력한 선거운동이 하나 있긴 하다. 이 방법은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 조직도 필요 없다. 오로지 후보에게 체력 고갈과 넘치는 수고를 요구할 뿐이다. 바로 ‘골목 유세’다.

시대정신은 무엇인지, 내 삶은 시대정신과 어떻게 함께하는지, 그런 시대정신에 입각한 나만의 정책은 있는지, 그 정책이 주민과 국민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 중요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나는 얼마나 희생할 각오가 됐는지 후보는 유권자에게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후보의 유세가 골목에서 유권자와 대면할 때, 둘 사이에 정치적 거래가 성사된다. 이 때문에 골목은 책임정치로 가는 지름길이다. 말(유세)하지 않으면, 책임질 일도 없다. 그러니 2024년 총선 때 잘 살펴야 한다. 누가 말을 하고, 누가 말없이 악수만 하고 설렁설렁 시장과 상가만 돌며 시간을 때우는지.

사실 지금까지 이야기는 빅데이터 선거 이야기이다. 빅데이터 선거란 무엇일까. 빅데이터 선거는 데이터로 신비하게 무언가를 하면 이기는 뭐, 그런 마술이 아니다. 누가 자당의 소극지지자이고 누가 교차투표자인지를 분석해 골목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골목선거 지원방법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빅데이터 선거로 당선됐다. 미국 민주당의 소극지지자와 교차투표자를 분석해 어디에 살며 무엇에 관심이 많은지 파악한 뒤, 최대한의 대면접촉을 시도했다. 호별 방문은 물론이고 골목 거점마다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의 지역 풀뿌리 조직도 튼튼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오바마의 빅데이터 선거를 차용해 당선됐다. ‘위대한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프랑스 국민 수만 명을 골목에서 인터뷰했고, 그 결과를 분석해 프랑스의 비전을 제시했다.

한국은 어떨까.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강원도, 경상북도, 부산시 등 한반도 동쪽의 열세 지역에서 ‘위대한 국민 인터뷰’를 골목에서 진행 중이다. 정치인 세종대왕은 공법 개정을 위해 전 백성 여론조사를 했다. 미성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백성이 골목골목에서 정책조사에 응한 셈이다. 어쩌면 대한민국 국민은 골목 여론조사의 민족일지도 모른다.

골목에서 유세하는 후보에게 박수를

선거는 미디어 선거에서 빅데이터 마이크로 선거로 전환된 지 오래다. 과거의 정당과 후보는 지상파방송만 잘 활용해도 이들을 동원하고 설득할 수 있었다. 지금은 유선방송·위성방송이 수백 개다. 유튜브 채널은 셀 수도 없이 많다. 매체를 활용한 동원과 설득은 예전만 못하다. 일상의 문화적 볼거리가 없던 과거, 유동인구 많은 큰길 유세는 문화적 이벤트였고 볼거리였지만, 지금은 볼거리가 지천이다. 이제는 정당의 적극지지자만이 큰길 유세에 반응할 뿐이다. 빅데이터 마이크로 선거의 대표 선거운동 방식인 골목 유세는 정치의 책임성은 물론이고 투명성·다양성·포용성을 높이는, 이기는 정치개혁의 중요한 방법이다.

2024년 4월 당신이 골목에서 열심히 유세하는 후보를 만난다면,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박수 쳐주시길 바란다. 왜냐하면 그들이 당선될 가능성이 크고, 책임정치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겨레21> 기자들은 골목으로 열심히도 찾아갔나보다.

최정묵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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