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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도 못 타본 공군 1호기 “전용기가 택시도 아니고…”

말끝마다 전임 정부 빗대는 대통령,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윤건영 의원에게 현 정부에 대해 물어보니
등록 2022-07-16 22:41 수정 2022-07-17 13:07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는 좌석이 제한돼 장관이나 특별수행원도 타기 쉽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스페인에서 열린 첫 다자외교 무대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데뷔를 마치고 돌아온 뒤, 민간인 ㄱ씨가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귀국한 사실이 알려졌다. ㄱ씨는 검사 출신인 이원모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의 부인으로, 대통령비서실에서 공식 직책을 맡고 있지 않다. 그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스페인 일정 사전답사단으로도 활동했다. 대통령 부부의 동선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정상의 동선까지 국가기밀 사항을 민간인에게 노출하고, 일정을 짜달라고 부탁한 셈이다.

민간인이 대통령 순방 일정을 사전답사하고,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53)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2022년 7월1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나 물었다. 윤 의원은 “순방 때 대통령 전용기를 함께 타게 해달라는 장관들의 민원이 들어올 정도였다”면서 “나도 청와대 생활을 8년(노무현 대통령 때 청와대 포함) 했지만 한 번도 못 타봤다”고 했다.

국가기밀을 기획하고 조정하는 데 민간인이 간여?


대통령 국외 순방 때 사전답사단과 선발대는 어떻게 구성되고 무슨 일을 하는가.

“사전답사단은 일종의 정상외교 코디네이터 같은 역할을 한다. 본국에서 생각했던 정상외교가 현장에서 가능한지 눈으로 확인하고 결정한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만찬 장소를 A로 정했는데, 현장에 가보고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그 자리에서 B로 바꾸는 것이다. 사전답사단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대통령실 직원으로만 보통 10명에서 15명 안팎으로 꾸려진다. 선발대는 (대통령 일정 전) 최종 마무리를 하고 행사 직전까지 최종 점검하는 일을 한다.”

대통령실은 이원모 인사비서관의 부인에 대해 “행사 능력을 갖춘 전문가”라고 했다. 민간인이 사전답사단에 낄 수는 없나.

“대통령 일정은 국가기밀 사항이다. 국가기밀 사항을 기획하고 조정하는 과정에 민간인이 끼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정상국가에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 (ㄱ씨가) 외국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경험이 많아서 데리고 왔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럼 미국을 방문할 때는 미국에서 제일 오래 산 사람을 데리고 가야 한다는 말이 된다.”

민간인이 무슨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없는데 사전답사단과 선발대로 다녀왔다는 게 문제가 될 수 있겠다.

“제대로 일했다면 민간인의 국정농단이고, 제대로 일하지 않았다면 국민 세금으로 호화 여행을 시킨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수사하고 구속시킨 게 윤 대통령이다. 이게 맞는지 돌아봐야 하는데 그것을 못하는 것 같다.”

사전답사단을 결정하는 것은 외교부 의전장인가,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인가.

“당연히 의전비서관이 결정한다. (순방은) 외형상으로 외교부 의전장이 주관하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실이 결정하는 것이다. 사전답사단 명단은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도 보고될 것이다. 당연히 (이원모 비서관의 부인은) 비서실장의 결재를 받았을 것이고, 윤 대통령은 몰랐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비서실장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누가 민간인을 데려가라고 시켰는지 밝혀야 한다.”

시스템 문제가 아니라 공적 영역 인식 문제


대통령실에 여사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을 다시 만드는 게 해법이 될까.

“제2부속실은 이미 내용적으로 있다. 김건희 여사가 대표를 했던 코바나컨텐츠 직원들이 대통령실에서 일하지 않나.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제2부속실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그것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대통령) 해보니 만들어야겠다고 대국민 사과를 하면 깔끔하게 끝날 일인데 이른바 ‘똥고집’ 때문에 사과를 못하는 것이다. 봉하마을에 민간인을 데려가서 문제가 됐을 때는 많은 사람이 시스템의 문제겠거니 생각했는데, 이번에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 시스템 문제가 아니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실이) 공적 영역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이 아니라 인식 자체가 없다고 본다.”

대통령실에서 이런 일을 걸러내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에선 오로지 검사들밖에 안 보인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그렇게 되면 상호 견제와 균형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특히 권력기관일수록 한쪽으로 힘 쏠림이 심할 수밖에 없어 그 누구도 안에서 ‘노’라고 이야기를 못할 것이다. 대통령 순방 외교가 동네 계모임이 아니지 않나. 공군 1호기가 택시도 아니고, 타고 싶다고 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민간인이 낀 것에 ‘안 돼요’라는 말을 누구도 못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도 취임 두 달 만에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기 시작했다.

“다른 대통령들은 (집권 뒤) 2년 걸리는 것을 두 달 만에 해냈다. 대한민국 전체로 보면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왜냐하면 집권 초반이 정부가 일하기 가장 좋은 때다. 자기만의 어젠다를 추진하면서 국민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할 시기다. 그런 동력을 잃어버렸다는 건 대통령에게도 좋지 않지만,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결코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정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 원인은 태도의 문제다.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어려우니 당장 성과를 내보라는 것도 있겠지만 국민이 보는 건 국정에 대한 태도다. 국민은 ‘인사 실패’라고 이야기하는데,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를 보라’고 딴 이야기를 하고 말끝마다 ‘전임 정부 흠집 내기’로만 몰아가니, (국민이) 이 정권의 태도가 온당하냐는 판단을 한다고 본다.”

전 정부 인사에 대한 수사까지 나갈까


윤석열 정부가 최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살인 혐의 북한 어민 북송 사건’의 진상을 재조사하겠다는 것도 전임 정부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많다.

“기본적으로 지금 윤석열 정부가 ‘북한몰이’를 한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를 흠집 내기 위해 총감독을 (대통령실) 안보실이 하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국가정보원이라든지 군, 합참, 해경은 일종의 배우이고. 최소한 (문재인 정부에) 흠집을 내겠다는 생각은 있고, (전 정부 인사에 대한) 수사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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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해경의 번복에 개입했다”

이날 아침, 일부 종합일간지는 통일부가 전날 공개한 ‘북한 어민들의 판문점 북송’ 사진을 1면 등에 주요하게 보도했다. 북으로 끌려가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는 어민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만약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송했다면 이는 국제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 반인륜적 범죄행위”라며 문재인 정부를 정조준해 비판했다.  

2019년 11월2일 탈북한 북한 어선을 동해에서 한국군이 나포한 뒤, 정부는 이 어선에 있던 북한 선원 2명을 닷새 뒤 판문점을 통해 추방했다. 당시 통일부는 두 선원이 선장의 가혹행위에 반발해 선장을 포함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뒤 탈북했다고 밝혔다.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었던 윤건영 의원은 국가정보원 등 정보기관을 관할하는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이다.  

통일부가 공개한 사진은 국회에서 사전 보고받았나. 

“통일부는 그동안 (북한 사람을) 송환하거나 추방할 때 사진을 공개한 적 없는데 대단히 이례적인 공개였다. (북송된 선원들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두려움이 있는 것 아니겠나. 당연한 상황에 대해 통일부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사진을 공개하는 모습이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 흉악범죄를 저질렀다고 하지만 귀순 의사를 밝히는 등 국내법에 따라 조사했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당시 추방을 결정했던 건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이들은 말 그대로 엽기적인 살인마다. 하룻밤 사이에 16명을 살해하고 주검을 바다에 수장했다. 대한민국의 세금으로 보호할 수 있냐는 근원적인 문제의식이 있다. 둘째, 귀순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었다. 엔엘엘(NLL·북방한계선) 근처에서 우리 해군에 발각되고도 순순히 귀순하지 않고 도망 다니다가 해군 특수부대가 강제로 체포했다. 애초에 귀순할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셋째, 현행법으로는 이 사람들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면 처벌할 수단이 없다. 선박에 다시 페인트칠을 해버릴 정도로 이들은 모든 증거를 사실상 다 인멸한 상태였다. 오로지 살해했다는 진술밖에 없었는데 법정에서 그 진술을 번복해 풀려나면,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도록 정착지원금을 줘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북으로 송환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서해 공무원의 월북, 지금도 그 판단 존중

2019년 11월15일 통일부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흉악범죄 북한주민 추방 관련 보고’를 했다. 통일부는 “우리 국민이 위협에 노출될 개연성을 차단하기 위해 추방을 결정”했다면서 “우리 국민임을 확인하는 관련 법적 절차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첩보를 통해 북한 어민 2명이 다수 인원을 살해한 뒤 도주 중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았고, 이들이 선박 내부를 청소해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도 확인했다고 했다. 

흉악범이어도 재판받을 권리는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국내에서 재판받더라도 진술을 번복하면 무죄로 풀려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누가 보호하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한테 묻고 싶다. 엽기 살인마가 버젓이 서울 시내를 확보하도록 두는 게 당신들이 원하는 것이냐. 그에 대한 답을 해야 하는데 그 답은 안 하고 있다. 나는 (북한으로) 송환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본다.”

2019년 말 부산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하기 위해 어민을 바로 북송하는 등 문재인 정부가 저자세를 취했다는 주장도 있다. 

“남북대화가 한창 진행되던 2018년 탈북자 수가 1137명이었다. 2019년 동해 오징어잡이 배를 추방했을 때는 1047명이 탈북해 국내로 들어왔다. 그런 주장이라면 우리가 1천 명씩 탈북자를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았다는 건 보지 않은 것이다. 1천 명은 안 보고 2명만 보는 그런 논리가 어디 있나.” 

다른 사건이지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쟁점 가운데 하나인 ‘월북’ 문제에 대해 군은 여전히 ‘공무원이 월북한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국방부와 합참(합동참모본부) 공히 그렇게 이야기했다. 월북했다고 판단한 것에 ‘당시 판단을 신뢰하고 지금도 그 판단을 존중한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2022년 6월 해경과 군이 동시에 이를 번복하지 않았나.

“국방부와 합참은 분명히 당시 월북 추정 판단에 동의하고 존중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월북 추정 판단의 핵심 근거는 에스아이(SI·Special Intelligence, 특수정보)다. 그 에스아이 정보에 대해 자기네들은 동의하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이번 번복 과정에서 에스아이 정보에 대한 재판단이 있었냐(고 물으니) 없었다는 것이다. 그럼 왜 입장을 번복했냐고 물어봤더니 수사 주체인 해경이 입장을 바꿔서 그 판단을 존중했다는 것이다.”

해경은 왜 번복했나.

“해경에 가서 ‘왜 판단을 바꿨나’ ‘에스아이 첩보 자산을 못 믿는 것이냐’ 물어봤다. 아니라고 한다. 에스아이 정보에 대한 신뢰를 바꾸지는 않았다는 것이고, 해경이 이야기하는 것은 직접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직접증거라는 것은 당시 피해자가 입었던 구명조끼와 부유물 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북한 영역에서 벌어진 사건의 직접증거를 어떻게 확보하나. 군과 해경이 서로 핑퐁을 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실이 해경의 번복 과정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는데, 근거가 있나.

“2022년 5월24일 국가안보실 1차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를 한다. 이틀 뒤인 5월26일 NSC 상임위를 했다. 곧바로 5월31일 인천해양경찰서가 수사 종결을 건의한다. 일사천리로 6월16일 최종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해경에 이 판단을 번복한 실무 부서가 어디냐, 어떤 근거가 있냐고 물으니 답을 못한다. 어딘지 밝힐 수 없다는 게 아니라 한 곳이 없다. 실무 부서가 보낸 보고서도 없다. 이런 정황을 볼 때 국가안보실에서 밑으로 내려오는 톱다운 방식으로 하지 않았을까 추측되는 것이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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