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재명’의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그의 유년시절을 들여다봐야 한다. 5남2녀 중 다섯째인 이 지사는 14살에 조그마한 가내수공업 목걸이 공장 노동자로 사회 첫발을 뗐다. 그러다 야구 글러브 공장에서 프레스 기계 사고로 왼쪽 팔을 다쳐 장애인 6급 판정을 받았다. 지금도 그는 왼쪽 팔을 곧게 펼 수 없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3대 무상복지 정책’(청년배당, 무상산후조리지원, 무상교복지원)을 발표한 것도 어린 시절 “공장에 다니느라 교복을 입어보지 못했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
가난이 서러웠던 소년공이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유력 대선주자로 커온 과정은 정치인 이재명을 ‘공정’의 문제에 천착하도록 만들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 지사는 정치적으로나 개인적 삶에서나 가진 것 없이 시작해 실력으로 이 자리까지 오다보니 그가 말하는 ‘공정’이라는 단어에 더 힘이 실리는 것”이라고 했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비전이 분명한 것”을 이 지사의 강점으로 꼽았다. 성 선임기자는 “이 지사는 계층 상승의 꿈을 이룬 사람이기 때문에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다시 복원시킬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 이런 신뢰감이 지지도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의 장점은 이런 가치와 비전을 정책으로 구현하는 능력이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소득 등 정책을 기반으로 자신의 정치와 지지층을 확립해가는 보기 드문 모델”이라고 말했다.
추진력과 실행력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사태가 확산 일로에 있던 2021년 비밀리에 신천지 과천본부를 급습해 신도 명단을 확보했다. ‘바가지요금 없는 휴양지’를 만들겠다며 경기도 하천계곡의 불법시설을 과감하게 철거하는 모습도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그러나 이 지사의 이런 전투력은 동전의 양면처럼 작용한다. ‘싸움닭’ ‘사이다’는 대선주자 이재명에게 썩 달가운 별명은 아니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많은 20~30대 유권자들은 시원하다, 후련하다고 좋아하지만, 반대로 ‘저런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을 하느냐’는 말도 많이 듣는다. ‘사이다 발언’ 덕분에 여기까지 왔는데 그것 때문에 안정감이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또 이 지사에게는 ‘욱하는 성격’ 때문에 발생한 ‘형수 욕설’ 논란이 계속 따라다닌다. 일부에선 이미 선거에서 검증받은 사안이라고 하지만,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9월10일 대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본선 들어가서 선거 시작 사흘 동안 이 지사가 한 (형수) 쌍욕 틀면 그냥 선거가 끝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태곤 실장은 “이회창 전 총리의 아들 병역 문제는 1997년 대선 때 검증받았기 때문에 끝이라고 했지만, 2002년 대선에서 다시 문제가 됐다. 선거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주류와 거리가 먼 ‘마이너리티’라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사회심리학자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사모’처럼) 이 지사 역시 탄탄하게 조직된 국민의 지지 없이는 기득권층의 반발을 뚫고 나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홍준표 의원이 치고 나오면서 범야권에서 윤석열-홍준표 2강 구도가 형성되고 있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권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굳힌다면 이 지사에게 유리한 구도가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지사 쪽의 또 다른 의원은 “윤 전 총장은 검증되지 않은 후보다. 외교·국방·복지·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전문성이 많이 떨어진다”며 “아무리 조언 그룹이 있다고 해도 본인이 준비되지 않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청, 대구·경북, 강원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잇따라 과반 득표율을 기록하는 이 지사가 추석 직후 9월25~26일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마저 의미 있는 득표를 하면 결선투표 없이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는 ‘대세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위협(Threat) 정권교체론과 견제 여론가장 큰 외부 위협 요인은 ‘정권교체론’이 ‘정권유지론’보다 높다는 것이다. 한국갤럽이 9월2일 발표한 9월 1주차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2022년 대선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49%로, ‘여당 후보 당선’(37%)을 크게 앞섰다. 한귀영 연구위원은 “민주당이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내리 3연승을 거둔 뒤 견제 여론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조국 사태, 추미애-윤석열 대립을 거치며 민주당 지지층이 분열한 것이 위기의 근저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언론의 꼼꼼한 검증 국면에서 또 다른 위협 요소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겨레>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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