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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즈’ 눈에 비친 MZ세대 투표는 [4·7재보궐]

‘새로운 정치’ 찾는 뉴웨이즈의 눈에 비친 MZ세대의 투표는
등록 2021-04-10 12:11 수정 2021-04-12 02:22
젊은 정치인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비영리단체 ‘뉴웨이즈’의 박혜민 대표(왼쪽)와 곽민해 커뮤니케이션 매니저가 이야기하고 있다. 박승화 기자

젊은 정치인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비영리단체 ‘뉴웨이즈’의 박혜민 대표(왼쪽)와 곽민해 커뮤니케이션 매니저가 이야기하고 있다. 박승화 기자

여기, ‘젊치인’을 찾는 단체가 있다. 2021년 2월 설립한 비영리단체 ‘뉴웨이즈’다. 이들은 만 40살 미만 ‘젊은 정치인’을 찾아 2022년 6월 열릴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의 20% 이상을 ‘젊치인’으로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의회의 연령 다양성을 확보해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통칭, 1980∼2000년대생)의 경험·태도·관점·우선순위가 정치에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뉴웨이즈는 박혜민(28) 대표와 곽민해(28) 커뮤니케이션 매니저가 주축이 되고, 국회 보좌진 경험이 있는 이택준(33)씨가 협력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여기에 ‘젊치인’을 찾는 일에 자발적으로 동참한 ‘캐스팅 매니저’ 900여 명이 전국에서 함께한다. 이들은 2022년 지방선거를 목표(기초의원 20% 이상 ‘젊치인’ 채우기)로 삼지만, 4·7 재보궐선거를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젊치인’들을 만나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기록했다.

‘새로운 정치’를 말하는 이들의 눈에 비친 이번 선거는 어땠을까. <한겨레21>은 선거 당일인 4월7일 서울 성수동 공유오피스에서, 다음날(8일) 전화 인터뷰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2명의 ‘젊치인’ 탄생

“기초의원의 20% 이상을 ‘젊치인’으로 채운다”는 목표 때문에 뉴웨이즈는 “사실 이번에 시장 선거보다 기초의원 선거에 더 관심이 있었다”고 했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선 광역·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한 ‘젊치인’ 6명 가운데 김승일(전북 김제·더불어민주당), 홍원표(충남 예산·국민의힘) 두 명이 기초의원에 당선됐다.

기초의원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른 선거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들어 ‘젊치인’에게 장벽이 낮아서다. 지방선거 당선자 4016명 중 기초의원은 2926명(72.9%, 제7회 지방선거 기준)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다. 기초의원은 겸직도 가능한데, 뉴웨이즈는 이런 특성이 여러 ‘업’을 갖고 다양한 전문성을 발휘하며 일하는 ‘엔(n)잡러’가 많은 MZ세대의 경험·능력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40살 미만 유권자들의 의제는 기초의회에서부터 소외되기 쉽다. 만 40살 미만 기초의원 당선자는 192명(6.6%)뿐이고, 만 40살 미만 기초의원이 한 명도 없는 지역구가 247개 중 144개(58%)나 된다. 뉴웨이즈는 비슷한 속성(연령)을 지닌 이들이 모인 기초의회의 ‘폐쇄성’을 지적한다.

“‘젊치인’을 찾는 건 단지 ‘젊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다양성’에 방점을 찍기 때문이에요. ‘만 40살 미만’을 기준으로 삼은 것도, 지난 지방선거 통계에서 만 40살 미만 유권자 비율(34%) 대비 당선자 비율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입니다. ‘젊치인’이 가진 (다른 형태의) 문제해결 능력 등이 정치에 반영되면 더 다양한 유권자의 ‘니즈’(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박 대표)

“MZ세대는 지향하는 가치도, 바라는 정치인의 기준도 명확해요. 국민청원에 참여하고 후원을 하는 등 가치소비에 적극적이고요. 하지만 이를 투영할 수 있는 정치인은 많지 않아요. 선거 과정에서 어떻게 당선될까에만 논의가 집중되고, 당선 이후 어떤 미래를 그릴지에 대한 이야기는 부족하죠.”(곽 매니저)

세 여성 후보가 나란히 5~7위

서울·부산시장 선거는 아쉬움과 의미를 동시에 남겼다. 뉴웨이즈는 먼저 4월7일 저녁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18~29살 여성의 ‘기타 정당’ 투표율이 15.1%를 기록한 점에 주목했다. 전 연령·성별을 통틀어 볼 때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이들은 재보궐선거의 직접적 원인이 된 권력형 성폭력, 즉 젠더 이슈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집단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정당 심판론이 우세했던 흐름에서 아예 다른 선택지를 고름으로써 굉장히 뚜렷하게 자신의 입장을 나타냈다고 본다”며 “거대 양당도 이들의 관점으로 후보 선택 기준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Z세대 유권자 안에서 분화 현상이 뚜렷했던 점도 특징이다. 특히 18~29살 남성의 72.5%(출구조사 기준)가 국민의힘을 지지했는데, 이는 더불어민주당 투표율(22.2%)의 3배가 넘는 수치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투표율 차이는 50.3%포인트로, 모든 성별·연령대에서 가장 크다. 같은 연령대 여성 유권자의 44%가 민주당, 40.9%가 국민의힘을 뽑은 것과도 대조적이다.

박 대표는 “저마다 해석을 내놓지만, 하나 확실한 건 예전처럼 같은 세대라고 무조건 동일한 정치 성향을 띠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보수 아니면 진보’란 틀로만 해석하는 시선을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성세대가 사용하는 축을 기준으로 2030세대 유권자를 좌우로 옮기며 평가하고 접근하는 것 자체가 틀렸다. 정당은 새로운 세대가 놓인 환경과 경험, 이에 따른 관점과 우선순위의 변화에서 다양성을 읽어내고 지향해야 할 미래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미도 남았다. 서울시장 선거에선 만 40살 미만 후보자 4명이 출마했다. (부산은 손상우 미래당 후보가 유일한 ‘젊치인’이다.) 이 가운데 신지혜(기본소득당·0.48% 득표), 신지예(무소속·0.37% 득표), 송명숙(진보당·0.25% 득표) 세 여성 후보가 나란히 5∼7위를 했다. 박 대표는 “‘젊치인’ 인터뷰를 하며 세 후보를 만났을 때 (성별이 같고 연령대가 비슷해도) 각자의 정책과 지향점이 다 달라 흥미로웠다”며 “2018년엔 신지예 후보가 유일한 ‘젊치인’ 후보로 나왔지만, 이번엔 (거대 정당 외에)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정치인의) 얼굴이 다양해졌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정치는 왜 유권자를 혼내나

박 대표와 곽 매니저 모두 스타트업 등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기업은 늘 고객 관점에서 고민하고 더 좋은 제품(서비스)을 만들어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정치에선 도리어 (일종의 ‘고객’인) 유권자를 탓하거나 혼내는 점이 의아하다”고 했다(박 대표). 이 때문에 이들은 캐스팅 매니저와 함께 유권자 관점에서 필요한 정치인의 상을 다시 그린다.

“사심 때문에 공동의 문제를 타협하거나 미루지 않는 사람, 모르는 것을 배우고 틀린 것을 수정하며 계속 배우는 사람, 차별과 혐오를 하지 않고, 이를 묵인하지 않는 사람,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 해오던 대로 관성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

이런 ‘젊치인’을 찾으려면 몇 명의 캐스팅 매니저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10만 명은 돼야죠.” 호탕한 답이 돌아왔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1358호 표지이야기 - 4·7 재보궐선거 분석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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