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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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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국회의 시간] 라이더 조봉규씨가 이낙연 의원에게

등록 2020-05-23 14:51 수정 2020-05-28 09:49

5월30일 시작하는 제21대 국회 앞에도 4년이라는 국회의 시간이 펼쳐집니다. 코로나19로 여기저기서 삶이 무너져내리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국회가 할 일이 많습니다. 제21대 국회 앞으로 7통의 편지가 배달됩니다. △10대 청소년 △성소수자 △20대 여성 △학부모 △배달노동자 △1인 가구주 △노인. 가장 보통의 사람들이 가장 보통의 바람을 꾹꾹 눌러쓴 손편지입니다. 편지를 받은 의원과 정당이 정성스레 답장을 쓰듯, 시민들이 요구하는 법안과 예산안을 차근차근 완성했으면 합니다. <편집자 주>


이낙연 의원님~!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서 배달대행 일을 하고 있는 배달기사입니다.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은 법으로 규정하여 매년 오르고 있지만 배달대행 기사들의 배달료는 법으로 규정하는 바가 없어 늘 제자리이며 10년이 넘도록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매년 물가가 오르는데 건당 평균 2500~3000원 정도의 배달료는 수년째 바뀌지 않고 그대로 멈춰 있습니다.
배달한 건수만큼 대가를 지급받는 배달대행 기사들은 낮은 배달 단가로 인해 가능한 한 많은 건수를 올리고자 매일같이 위험하고 난폭한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입니다. 실제로 주변 기사들의 사고 소식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들려오고 저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불과 몇 개월 전 빗길에 넘어져 다친 상처는 아직도 흉터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목숨을 내놓고 운전해서 번 돈으로 각종 비용을 빼고 나면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돈은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 됩니다. 제가 한 달에 일해서 버는 금액이 300여만원 수준인데 여기서 바이크 렌트비(35만), 건당 수수료(30만), 주유비(15만),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20만), 소득세(10만) 등을 빼면 실제 제가 갖는 돈은 200만원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하루 10시간 넘게 주 6일을 일해야 가능한 금액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배달대행 기사들을 비롯해 많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거의 전무한 상황입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최대한 안전하게 배달하고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인 이른바 안전배달료를 법으로 정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라이어유니온 부산지부 조봉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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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노동


배달노동자 조봉규씨가 바라는 안전배달료는 4천원(건당 기본요금)이다. 노동자가 아닌 특수형태근로자에게는 실업이나 산업재해 같은 위험에 대비하는 사회안전망보다,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줄 장치가 더 시급하단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올해부터 같은 특수고용직인 화물운송 노동자에게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표준운임제)이 적용된다. 낮은 운임으로 과로·과적·과속을 하는 화물운송 노동자의 안전과 생계를 지켜주자는 취지를 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2018년 국회를 통과한 결과다.
20대 국회까지는 ‘건당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노동자에게 최소 소득을 보장하는 법안이 제출되지 않았다. 2019년 8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에 맞춰 배송노동자의 노동 환경·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택배노동자가 핵심 대상이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주요 원내 정당 가운데 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이 새로운 노동형태인 플랫폼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안전배달료를 명시적으로 공약한 정당은 없다.

이제 국회의 시간, 평범한 사람들의 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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