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가 스타일을 ‘제대로’ 구겼습니다. 왜곡이나 편향은 제쳐두고라도, 대형 인쇄 사고에 버금가는 오류투성이입니다. 심지어 한국어와 일본어를 구분하지 못한 대목도 있습니다. 최근 공개된 교학사의 이야기입니다. 학계와 정치권에선 당장 해당 교과서의 검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슬그머니 교학사 교과서를 포함해 검정 심사를 통과한 8종 교과서 모두를 수정·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논란을 희석시키려는 ‘물귀신 작전’인 것입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한국사는 치열한 문화투쟁의 무대가 됐습니다. 역사전쟁을 일으킨 쪽은 보수·수구 세력입니다. 좌파 정부 집권기 동안,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훼손됐다는 게 그들이 주장하는 단골 메뉴입니다.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식민지와 군사정권으로 이어진 어두운 시기 내내 누려온 특권을 부정당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에 가깝습니다. 역사전쟁이 단지 기억과의 투쟁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대한 해석권을 둘러싼 큰 싸움인 건 이 때문입니다.
한가위 명절입니다.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현안은 요지부동입니다. 대선 불법 개입의 장본인인 국가정보원이 총대를 멘 공안 정국의 위세는 좀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송전탑 건설 공사 강행을 앞둔 한반도 남쪽의 경남 밀양은 화약고 그 자체입니다. 많은 숙제를 남겨둔 채, 은 일주일간의 달콤한(!) 휴식에 들어갑니다. 저마다의 ‘도피처’나 쉼터로부터 돌아와서는 새로운 연재물과 꼭지가 담긴 개편호로 독자들 곁을 다시 찾아가겠습니다.
어차피 삶은 교과서 밖에 있습니다. 모쪼록 삶의 현장 곳곳에서 넉넉한 마음 잃지 않는 한가위 맞이하시도록 시 한 수 띄워봅니다.
가장 먼저 어머니의 손등에 입을 맞출 것
하늘 나는 새를 향해 손을 흔들 것
일 년에 한 번쯤은 흰 눈송이를 두 손에 고이 받을 것
들녘에 어리는 봄의 햇살은 손안에 살며시 쥐어볼 것
손바닥으로 풀잎의 뺨은 절대 때리지 말 것
장미의 목을 꺾지 말고 때로는 장미가시에 손가락을 찔릴 것
남을 향하거나 나를 향해서도 더 이상 손바닥을 비비지 말 것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지폐를 헤아리지 말고
눈물은 손등으로 훔치지 말 것
손이 멀리 여행가방을 끌고 갈 때는 깊이 감사할 것
더 이상 손바닥에 못 박히지 말고 손에 피 묻히지 말고
손에 쥔 칼은 항상 바다에 버릴 것
손에 많은 것을 쥐고 있어도 한 손은 늘 비워둘 것
내 손이 먼저 빈손이 되어 다른 사람의 손을 자주 잡을 것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책을 쓰다듬고
어둠 속에서도 노동의 굳은살이 박인 두 손을 모아 홀로 기도할 것
-정호승, ‘손에 대한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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