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19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성산동 사회적협동조합 ‘살판’이 10여 명의 청년으로 소란스럽다. 공연용 의상을 준비하는 한쪽에선 6월17일 열린 대구 퀴어퍼레이드 충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은 소수자연대풍물패 ‘장풍’ 단원이다. 2022년 퀴어퍼레이드 중 장대비를 맞으며 서울 을지로를 뛰어다니던 모습이 기자의 카메라에 담겼다.
이들은 장풍이란 단체를 이렇게 설명한다. “장풍은 ‘풍물을 길게 오래 치자’는 뜻과 ‘장풍을 쏘듯이 세상에 이야기를 전달하자’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장풍은 퀴어, 장애인, 내국인, 외국인, 비건, 청소년 등 갖가지 정체성을 가진 인간들이 모여 있습니다. 장풍은 모두가 평등하고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연대할 수 있는 현장이라면 어디든 함께하려는 마음으로 즐겁게 악기를 칩니다.” 2020 년 창단해 해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했고, 2022 년 기후정의행진 · 장애인차별철폐행진과 2023년 여성의 날 행사에도 참가했다 . ‘ 장고 치배’(장고 연주자)와 운영을 맡은 채미 ( 활동명 ) 는 “ 풍물만 치지 않고 소수자와 연대해 안전한 공간 꾸리기를 지향하는 공동체라는 것에 끌려 창단부터 함께하고 있다 ” 고 했다 .
장풍은 7월1일 열릴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도깨비로 분해 퀴어들에게 행복한 시대가 도깨비 선물처럼 오기를 바라는 굿을 준비하고 있다. 단원들은 ‘피어나라 퀴어나라’라는 2023년 슬로건이 마음에 들어 공연 준비에 더욱 공들이고 있다. 기획을 맡은 결(활동명)은 “도깨비들이 풍물굿을 한바탕 놀고 퍼레이드 참가자들의 염원을 모아 ‘퀴어나라’를 세우는 이야기”라고 공연 내용을 귀띔한다. 연습에 들어간 단원들은 실제 공연장 넓이와 시간을 염두에 두고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공연을 다듬어간다. 단원들은 풍물을 하며 얻은 공동체의 행복이 이번 퀴어퍼레이드에서도 참가자들에게 전달돼, ‘우리 모두 존재 자체로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하나가 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사진·글 박승화 선임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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