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 시작할 때는 일련의 과정을 기록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구청에서 붙여놓은 ‘자전거 보관대 개량사업 공지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한 장씩 찍으면 재미있는 사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전거 보관대는 출근 때 이용하는 버스 정류장에 있었다. 고정된 프레임을 유지하기 위해 눈에 띄는 보도블록을 촬영 위치로 잡았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이 시작되고 ‘해가 바뀌기 전에 예산을 집행해야 할 테니 곧 작업을 시작하겠지’ 매일 어떤 변화를 기대하며 집을 나섰다. 그렇게 아무 일도 없이 해가 넘어가고 겨울이 갔다.
‘날이 풀렸으니 하겠지?’ 여름이 왔다. 그사이 매일 밟던 보도블록 깨진 틈 사이로 꽃이 피었다 지고 잡초가 웃자랐다. 옆 블록의 보관대는 깔끔하게 정비돼 있었다. 뒤 화단에는 장미가 만발했다. 변화는 내가 선택한 공간 밖에서만 일어나고 있었다. 선택을 후회했다. 가을이 됐다. 우리 동네 자전거 보관대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하필이면 육교 밑에 있어 눈에 띄는 계절의 변화도 사진에 담기지 않았다. 사진이 대상에 빚지는 매체임을 새삼 깨달았다. 그래도 그 동네를 떠나기 전까지 계속했다.
욕심으로 시작해서 오기로 버티던 것이 일상이 됐다. 791일 동안 찍은 사진을 펼쳐놓으니 모두 같은 사진처럼 보였다. 첫 사진에서 한 칸이 빠져 있던 가림막은 2년이 지난 마지막 사진에서도 그대로였다. 무엇도 변한 것 없이 모두 같은 사진이었지만 같은 사진이 아니었다. 자전거 수가 매일 변하고 계절을 짐작할 수 있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과 행인의 모습이 제각각으로 남아 있었다. 극적인 변화는 없었지만 내가 함께한 반복되지 않는 조용한 일상은 있었다.
사진·글 박승화 선임기자 eyeshoot@hani.co.kr
*승화사진관은 이번으로 문을 닫습니다. 사진팀장으로 내근 데스크를 맡아 현장에서 멀어지게 됐습니다. 이번 사진들은 예전 살던 동네에서 찍었습니다. 일상에서 찍을 수 있는 사진을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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